다녀왔어요



  읍내에 다녀온 저녁입니다(6월 24일). 이날 우리는 고흥에서 산 지 처음으로 군수실까지 다녀와 보았어요. 시골 군은 도시와 달리 사람이 적으니 군청 군수실이 시청 시장실보다는 여느 사람들한테 더 가깝다고 할 텐데, 그래도 선뜻 발길이 가지 않았어요. 천만 사람이 산다는 도시라면 시장실에 선뜻 들어서기는 쉽지 않겠지요. 아이들을 이끌고 읍내 우체국에 가서 책을 부친 뒤에 군청 군수실로 씩씩하게 가 보았어요. 똑똑 문을 두들기고 들어섰어요. 고흥에서 산 지 여섯 해 만에 드디어 내놓은 우리 ‘한국말사전’을 들고 들어섰어요. 고흥이라는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살림을 지으며 살았기에 쓸 수 있던 사전이기에, 이 사전을 군수님한테도 드릴 만하다고 여겼어요. 마침 군수님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군수실에 있는 비서한테 책을 건넸어요. 책만 건네고 나오려는데 비서 분이 아이들한테 음료수 병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시중 가게에는 없는 ‘유자 음료수’더군요. 아이들은 이런 음료수 병을 아주 오랜만에 받습니다. 두 아이는 저마다 한 병씩 손에 쥐고 내내 돌아다녔고, 집으로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도 알뜰히 품에 안더군요. 작은 선물 하나로도 웃음이 넘치는 하루가 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어떤 선물’보다도 이 아이들이 즐겁게 하루를 짓도록 북돋우는 살림을 슬기롭게 생각하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내리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마음속으로 외치고,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소리 내어 외칩니다. “잘 다녀왔어요. 오늘 하루도 즐거워요.” 2016.8.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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