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밥고문(식고문)·물고문



  해병대에서 ‘식고문’을 시킨 일이 한 가지 드러났다고 합니다. 어찌 한 가지일 뿐이겠습니까. 더군다나 군대에서 고문을 받는 이들은 거의 모두 졸병이나 훈련병이요, 이들이 겪는 일은 바깥에 거의 드러나지 않습니다. 때로는 소대장이나 중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이나 하사관도 이 같은 짓을 함께 하기 때문에, ‘군대에 아이를 보낸 어버이’가 부대로 신고를 해도 그닥 달라질 일이 없기도 합니다. 이를 조사한다든지 뭐를 한다든지 해 보았자 바뀔 일이 없어요. 이 같은 ‘고문·가해행위’는 그야말로 눈에 뜨이지 않도록 몰래 하기 때문입니다. ‘먹이는 고문’을 하지 않더라도 ‘말로 하는 고문’을 하거나 ‘사역·훈련 때 조용히 따돌리거나 괴롭히는 짓’을 끝없이 하지요.


  나이가 엇비슷하지만 계급으로 갈라서 위아래 명령·복종 얼거리를 이룬 군대라는 곳이 있는 동안에는 모든 고문·가해행위는 똑같이 되풀이됩니다. 군대는 평화나 나라를 지키는 곳하고 동떨어진다는 대목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겪은 ‘먹는 고문’을 돌아봅니다. 나보다 두 살 위인 녀석하고 나하고 나이가 같은 녀석, 그렇지만 계급은 나보다 위인 두 녀석이 초코파이 한 상자하고 주전자 한 통을 책상에 올려놓지요. 배가 고플 테니 초코파이를 하나 먹으라 하고, 물 한 잔을 마시라 합니다. 사근사근 부드럽고 따스한 말로 먹이지요. 이렇게 초코파이 한 상자하고 주전자 한 통을 다 비울 때까지 먹이는데, 이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더라도 다 먹어치울 때까지 이 짓을 멈추지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끝내지 않아요. 이렇게 먹이고서 ‘밥때’가 되면 이들은 취사장에서 밥판(식판)에다가 밥이랑 국을 잔뜩 얹어 줍니다. 이등병한테는 제 밥판에 밥을 ‘먹고 싶은 만큼 덜’ 권리가 없습니다.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을 때까지 뱃속에 집어넣어야 해요. 나는 군대에 들어가서 몸무게가 15킬로그램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몸이 불어 숨을 쉬거나 움직이기 힘들어 몹시 괴로웠지만 상병 6호봉에 이를 때까지는 이 몸무게 밑으로 내려갈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짓을 안 겪어 본 사내가 있을까요? 나는 상병 6호봉이 지난 뒤에 고참 병장한테 제발 이런 멍청한 짓을 이등병한테 시키지 말라고 비로소 따져 보았으나 “그럼 니가 먹을 테야?” 하는 대꾸만 들었습니다. 병장 4호봉을 지나 부대에서 몇 손가락에 드는 아주 높은 선임이 된 뒤에는 후임 상병·병장들이 이런 짓 시킬 적에 드디어 막을 수 있기는 했지만, 이들은 내 눈에 뜨이지 않는 곳에서 더 모진 짓을 시킬 뿐이었습니다. 2016.7.2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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