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을 받다



  시골에 살다 보니 서울마실을 어쩌다가 한 번 하는데, 책방마실도 어쩌다가 한 번 합니다. 예전에는 자주 드나들던 단골책방조차 여러 해에 한 번 겨우 찾아가는데, 어제 찾아간 창천동 헌책방 사장님한테 내 새로운 책을 선물로 드렸어요. 오랜만에 인사도 하면서 책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스무 해 남짓 그 헌책방을 드나들며 만난 아름다운 책이 바탕이 되어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같은 책을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책 안쪽에 마을책방 한 곳이, 작은 헌책방 한 곳이, 그야말로 서울 한복판에 조그맣지만 예쁘게 터를 잡는 즐거운 책터 한 곳이, 온누리에 어떤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키는가를 적어서 건넸어요. 그런데 헌책방 사장님이 대뜸 책값이라면서 ‘책에 적힌 값’대로 돈을 내미십니다. “아니에요. 제가 그동안 고마웠기에 선물로 드리는 책인걸요.” “나도 고마워서 책값을 주고 싶어요.”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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