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생각한다



  어제는 새벽 세 시부터 짐을 꾸렸습니다. 미역국을 끓이고 길을 나서려 했는데, 곁님이랑 두 아이 모두 미역국을 좋아하기에 넉넉하게 끓이자고 여겼는데, 미역국을 다 끓이고서 길을 나서며 생각하니 날도 더운데 너무 많이 끓이지는 않았나 싶었어요.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여기면서 아침 일곱 시에 부지런히 집을 나섭니다. 마을 어귀에 가방을 내려놓고 군내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때에 어디에선가 큰아이 소리가 들립니다. “아버지 잘 다녀오세요!” 어디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가 하고 두리번거리니, 큰아이가 잠옷차림으로 고샅에 나와서 손을 흔드네요. 그렇구나 너희들 안 깨우려고 아주 살금살금 집을 나섰는데 너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이렇게 나왔네. 멋지구나. 조용히 나서려던 마실길은 큰아이가 베푸는 즐거운 손짓으로 더욱 홀가분하면서 시원합니다. 나는 아이를 사랑으로 보살피자고 생각하지만, 나는 언제나 아이한테서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는 어버이로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습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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