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선물은 아닌 글쓰기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시를 다섯 꼭지 썼습니다. 서울에서 만날 이웃님이 다섯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섯 사람 숨결을 가만히 마음으로 그리면서 써 보았습니다. 시 다섯 꼭지는 바람이 흐르듯이 찬찬히 내 마음에서 글로 나타났고, 한 번 공책에 적은 뒤 깨끗한 다른 종이에 연필로 옮겨적었습니다. 나는 나한테 반가운 이웃님한테 즐겁게 드리려고 쓴 글이기에 깜짝선물이 아니라 마음으로 고요히 빚은 글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짤막한 시 몇 줄은 언제나 바로 내가 나한테 베푸는 이야기가 되곤 합니다. 시골집에서 아이들하고 나누는 새로운 생각이 되기도 하는 글일 뿐 아니라, 나 스스로 내 살림살이를 되돌아보도록 북돋우는 글이 되기도 해요. 글쓰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느껴요. 글쓰기는 늘 내가 내 살림을 되짚고 되새기며 되살피도록 이끄는 이야기꽃이라고 느껴요. 멋을 부려서 글을 쓰겠다면 나 스스로 멋부리는 살림을 바란다는 뜻이고, 치레를 하면서 글을 쓰겠다면 나 스스로 치레하는 살림을 바란다는 뜻입니다. 수수하게 글을 쓰겠다면 나 스스로 수수한 살림을 바란다는 뜻이요, 사랑스레 글을 쓰겠다면 나 스스로 사랑스러운 살림을 짓겠다는 뜻입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