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섹의 기이한 모험
뤽 베송 감독, 질 를르슈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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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섹은 새길을 걷지 (블랑섹의 기이한 모험)
Les Aventures Extraordinaires D'Adele Blanc-Sec, The Extraordinary Adventures


  뤽 베송 감독이 찍었다고 하는 영화 〈블랑섹은 새길을 걷지(블랑섹의 기이한 모험)〉를 문득 봅니다. 이 영화를 아이들하고 함께 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왜냐하면 아직 아이들하고는 함께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집 아이들이 삶을 배우는 길을 꾸준히 걸으면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서로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블랑섹이라고 하는 스물다섯 살 아가씨가 걷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거든요. 스스로 품는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스스로 짓는 생각에 따라서 새로워지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영화에 나오는 할아버지 과학자는 ‘마음을 다스려서 새로운 숨결이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길’을 알아챕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더더구나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아요. 이와 달리 블랑섹은 이 할아버지 과학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블랑섹은 이녁 동생이 그만 스무 살 나이에서 삶을 멈추었고, 이 동생이 다시 깨어나도록 하려고 ‘새로운 배움길(새 공부)’에 나섰거든요. 사랑하는 동생이 다시 깨어나기를 바라면서 어마어마하게 새로 배웠지요. 그래서 ‘미이라 깨우기’를 하려고 들어요.

  미이라를 깨워서 동생을 깨우려고 한다는 블랑섹이 벌이는 길(모험)은 바보스러울까요? 고지식할까요? 어리석을까요?

  바라보는 눈에 따라서 다르게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여서 동생을 사랑할 뿐 아니라, 지난 다섯 해 동안 웃음을 한 번도 짓지 못하고 날마다 울음을 지을 뿐이었다고 하는 블랑섹은 더는 눈물을 짓고 싶은 마음이 아닙니다. 웃음을 짓고 싶어요. 그래서 블랑섹은 스스로 배웁니다. 스스로 배운 대로 온몸을 바쳐서 뛰어듭니다. 낙타를 타고 익룡을 타지요. 미이라를 깨우고, 미이라와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리고 마침내 파라오까지 깨울 뿐 아니라, 파라오 곁에 있는 의사한테 동생이 다시 깨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을 밝혀요.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서 그저 ‘판타지’로만 여길 수 있습니다. 영화는 언제나 우리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기에 이 대목을 곰곰이 헤아리면서 우리가 스스로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거나 깨울 수 있는가 하는 대목을 읽는 실마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영화를 바라보든 ‘영화를 보는 사람’이 품는 마음에 따라 다르지요. 내가 짓는 삶은 바로 내 길이고, 내가 가꾸는 살림은 바로 내 넋입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새길(모험)을 나서지 못합니다. 새길을 나서는 사람은 늘 새롭게 배우고, 늘 새롭게 배우는 대로 다시금 새로운 생각으로 마음을 그득 채울 만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하는 대목은 늘 스스로 수수께끼를 내어 스스로 풉니다. 남이 내 수수께끼를 풀어 주지 않습니다. 스무 살에서 삶이 멈춘 동생을 깨우는 몫은 바로 내가 스스로 합니다. 남이 해 주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 내 손이, 내 사랑이, 내 꿈이, 바로 내 모든 넋이 내 삶을 엽니다. 이 같은 이야기를 여러모로 재미나면서도 알뜰히 빚은 영화를 봅니다. 블랑섹이라고 하는 아가씨는 ‘모험’을 했을 수 있고 ‘새길’을 스스로 열었을 수 있습니다. 2016.7.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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