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10. 뒤좇기



  아이들이 앞서 달린다. 아이들을 잡을 마음이라면 ‘쫓는다’고 할 테지만, 아이들을 잡기보다는 아이들이 앞서 달리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그 마음을 따르니, 나로서는 ‘좇는다’고 할 만하다. 요새는 아이들하고 마실을 할 적에 으레 ‘뒤좇는’ 어버이가 된다. 마음 놓고 자라는 아이들 뒤에서 조용히 좇는다. 아이들이 뛰고 달리고 날고 웃고 노래하는 모든 몸짓을 가만히 좇는다. 어제 걸었고 오늘 걸으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헤아리면서 천천히 좇는다. 나는 아이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어버이로 살지만, 언제나 아이들한테서 새롭게 배우고 뒤좇는 동무로 이곳에서 함께 살림을 꾸린다. 2016.7.1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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