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쇄 (사진책도서관 2016.7.1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새벽부터 바쁜 하루입니다. 새벽에는 마을 청소를 함께 했지요. 마을 청소를 하러 가기 앞서 언제나처럼 일찌감치 쌀을 씻어서 불리면서 아침을 헤아렸고요. 낮에는 마을 할매와 할배 모두 면소재지로 가서 낮밥을 자셨고, 이 자리에 두 아이를 데리고 함께 다녀왔습니다. 면소재지로 갈 적에는 밥집 자동차를 함께 탔고, 집으로 돌아올 적에는 한 시간 남짓 천천히 거닐면서 여름볕하고 여름바람을 누렸어요. 이튿날은 비가 온다는데 구름이 곱고 하늘도 고우며 바람도 고운 오늘은 빨래가 아주 잘 마릅니다. 빨래터에서 실컷 놀면서 옷을 흠뻑 적신 아이들은 오늘 처음으로 ‘스스로 벗은 옷을 스스로 물을 짜서 스스로 말리는 몸짓’까지 보여줍니다. 귀여운 녀석들. 아이들 아귀힘은 아직 여려서 물을 덜 짰기에 내가 마저 짜서 널었는데 날마다 새롭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새롭게 자라는 어른이 되자는 생각을 키웁니다.
철수와영희 출판사에서 책꾸러미를 보내 줍니다.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여니, 새로 찍은 도서목록이 보이고, 이 도서목록에 새로 나온 내 책도 겉그림이 이쁘장하게 깃듭니다. 1쇄를 2016년 6월 21일에 찍었고 2쇄를 2016년 7월 12일에 찍었군요. 스무 날 만에 2쇄라니, 요즘 잘 팔리는 다른 책하고 대면 아무것이 아니라 할 테지만 이 흐름을 살려서 곧 3쇄를 찍을 수 있을까 하고 꿈꾸어 봅니다. 3쇄뿐 아니라 4쇄도 10쇄도 20쇄도 신나게 나아가면서 이 조촐한 한국말사전에 깃든 숨결을 온누리 이웃님들이 마음껏 맞아들일 수 있기를 새삼스레 꿈꿉니다.
종이와 잉크 냄새가 풀풀 나는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쇄를 들고 옥수수밭에 서서 빙글빙글 춤을 춥니다. 직박구리 두 마리가 우리 집 마당에 선 후박나무 가지를 오르내리면서 후박알을 맛나게 훑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열매를 훑다가 서로 눈이 마주치니 1초쯤 빤히 나를 보다가 놀랐는지 후다닥 날갯짓을 하며 우듬지 쪽으로 뛰어오르며 숨습니다.
저녁에는 큰아이가 거들어 주어 엽서꾸러미를 엮습니다.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을 찍을 적에 남는 종이로 여덟 장짜리 엽서를 만드는데, 이 엽서를 한 장씩 그러모아서 선물꾸러미로 삼습니다. 강의나 행사에 가면 백 꾸러미이든 이백 꾸러미이든 그자리에서 사라지니, 여느 때에 큰아이하고 바지런히 꾸러미를 엮어 놓아야 합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