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리무를 다듬으면서



  마당 한쪽에서 알타리무를 다듬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다듬기를 힘들어 할 까닭도 지겨워 할 까닭도 없지만, 손이 오래 많이 가는 일이니,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이 일을 못하겠네 하고 느낍니다. 알타리무뿐 아니라 그냥 무도, 배추도, 열무도, 오이도, 어떤 김치를 담근다고 하더라도 이 남새를 알뜰히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흔히들 가게에서 남새를 장만하지만 지난날에는 밭에서 모두 손수 심어서 돌본 뒤에 거두었어요. 다듬기 하나만 치자면 아주 조그마한 일이요 대수롭지도 않습니다. 여러 달 살뜰히 돌보면서 키우기에 비로소 얻는 남새예요. 이 같은 김치를 손수 담그느냐, 김치를 그냥 사다가 먹느냐, 집에서 김치를 담가 주는 사람이 있어서 젓가락만 손에 쥐면 되느냐, 김치를 담글 적에 옆에서 거드느냐, 이도 저도 아니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사느냐에 따라서 살림뿐 아니라 삶이나 사랑은 틀림없이 달라진다고 느낍니다. 흥얼흥얼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알타리무를 다듬습니다. 다듬은 것들은 옥수수 둘레에 뿌려 줄 생각으로 따로 건사해 놓습니다. 2016.7.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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