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콩꼬투리
장마가 걷히면 우리 집 콩을 거두려 했지만 그때는 너무 늦는다고 깨달았습니다. 며칠 앞서 우리 집 콩을 거두었습니다. 처음 심은 콩씨하고 비슷하게 생긴 콩알을 콩꼬투리를 까면서 얻었습니다. 한창 콩알이 여물 적에는 콩잎하고 똑같이 풀빛인 꼬투리요, 이제 거둘 때가 되면 풀빛이 가신 꼬투리입니다. 콩을 심으니 마땅히 콩이 자라고, 깨를 심으니 마땅히 깨가 자라요. 파를 심은 자리에는 파가 돋고, 옥수수를 심은 자리에는 옥수수가 돋습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아이를 낳아 돌보던 먼먼 옛날 사람들은 언제나 이 씨앗을 바라보고 열매를 마주하는 동안 살림으로 삶을 익혔으리라 느낍니다. 내 보금자리에서 내 사랑을 스스로 심어서 배웁니다. 2016.7.5.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