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깨기



  비가 며칠 동안 억수처럼 쏟아지면서 논흙이나 밭흙이 길가로도 많이 흘러넘쳤습니다. 진흙이 쌓인 곳은 살살 밟거나 에두른다고 했지만 그만 꼭 한 번 잘못 밟아서 죽 미끄러집니다. 아차차 하고 깨달으며 왼발을 아래로 뻗습니다. 미끄러진 오른발은 앞으로 죽 찢습니다. 이러며 오른손바닥으로 땅을 짚습니다. 끙 하면서 일어나니 무릎하고 정강이하고 발등에 흙이 붙습니다. 깨졌나? 아무튼 일어나서 다시 길을 가는데 무릎이 많이 따갑습니다. 조금 뒤에 살피니 무릎하고 정강이하고 발등에서 핏물이 줄줄이 흐릅니다. 마을 어귀 빨래터로 가서 쪼그려앉습니다. 샘물을 끼얹으면서 붓기를 달래고 모래랑 흙이랑 돌을 빼냅니다. 지난해 가을에는 오른무릎을 시멘트바닥에 모질게 찧으며 보름 가까이 못 걷고 기어다니기만 했는데 올해 여름에는 왼무릎을 시멘트바닥에 찧는군요. 그래도 이만 하면 걸을 수 있겠다고 여기며 읍내마실을 하는데, 읍내에서 한 시간 반쯤 지날 즈음 졸음이 쏟아집니다. 몸이 힘들다는 뜻이로구나 하고 알아챕니다. 무릎에서 피는 더 나지 않으나 다친 자리를 아물도록 하는 데에 힘을 쓰면서 몸이 지치는구나 싶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군내버스에는 자리가 없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녁을 차리고 부엌을 갈무리합니다. 빨래를 걷고 아이들을 씻겼으며 나도 씻습니다. 무릎을 안 깼으면 조금 더 기운을 낼 만했을까요? 깨진 무릎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데 아이들이 아버지 무릎이 얼른 낫기를 비는 그림을 그려 줍니다. 멋지네. 아이들 먹으라고 수박을 큼직큼직 썰어 놓습니다. 이제 슬슬 누워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쉬를 다시 누도록 하고는 나란히 누워야겠어요. 2016.7.4.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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