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기우다가



  기울 바지가 많습니다. 워낙 오래 입어서 엉덩이 쪽이 해진 바지가 제법 많습니다. 이 바지를 틈이 날 적마다 기우는데 ‘틈이 날 적’을 헤아리며 기우자니 ‘틈이 안 나서’ 으레 미루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틈을 내어’ 기우자고 생각하다 보니 비로소 바지를 붙잡고 방바닥에 앉아서 바늘을 놀릴 만합니다. 이러다가 손님을 맞이하면서 바느질을 멈춥니다. 이튿날 다시 바늘을 손에 쥐고 바지를 기워야지요. 이 바지를 손수 기우면 지난 열 몇 해 동안 입은 바지를 다시 열 몇 해를 입을는지 모릅니다. 이 바지를 손수 기우면 그동안 이 바지를 즐겁게 입으며 누린 살림을 앞으로 새로운 기쁨으로 마디마디 아로새길 만하리라 느낍니다. 바느질을 잘 하든 못 하든 대수롭지 않아요. 그저 한 가지만 생각하면 되지 싶어요. 내가 늘 입는 옷을 내가 늘 사랑하는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살림을 짓는구나 싶습니다. 2016.7.2.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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