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안 와서 울었잖아



  하룻밤 서울에서 묵으면서 바깥일을 보았습니다. 새로 책을 내놓았는데, 이 책을 사랑해 주려고 하는 작은 마을방송국이 있어서 그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작은아이는 집에서 누나랑 어머니하고 잘 놀았지 싶은데, 저녁이 깊을 즈음 집에 닿아 대문을 여니 큰아이부터 알아차려요. “아버지인가 봐. 아버지 소리가 났어!” 하면서 마루를 콩콩콩 뜁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를 따라서 마루를 콩콩 뛰더니 “아버지, 아버지 어제 안 와서 울었잖아!” 하고 웃으면서 말합니다. 따사로이 반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서 짐을 풉니다. 큰아이한테 선물로 줄 우산을 건네고, 두 아이가 앞으로 입을 새 속옷을 건넵니다. 새로 장만한 파란 물병을 꺼내고, 이것저것 가방에서 하나씩 내놓습니다. 이러고 나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습니다. 서울을 다녀오며 몸에 묻힌 때를 말끔히 벗깁니다. 개운하네, 이제 내 살림으로 돌아오네, 하고 느끼면서 개구리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면서도 서로 속닥거리기를 그치지 않습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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