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원, 2000원

 


  어제 낮 서울에 닿아 시내버스를 타는데 153번을 타야 했으나 753번을 탔어요. 제 눈에는 153으로 보였는데, 버스에 타고 보니 753이더군요. 내 눈이 나쁜 탓이로구나 하고 여기다가, 어쩌면 서울버스는 ‘1’하고 ‘7’을 더 또렷하게 갈라 볼 수 있도록 꾸미지 못한 셈이라고도 할 만하지 않을까 하고 여겼어요. 아무튼 잘못 탄 버스이니 내렸지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릴 적에 어떻게 되돌아가야 하나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 교통카드를 안 찍었어요. 아차 싶었으나 속으로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안 괜찮더군요. 길을 건너서 다른 버스를 타고 길을 돌아갈 적에 2100원을 더 물어야 했어요. 저녁에는 망원역에서 경성고등학교 쪽으로 짧은 길을 택시에 타야 했어요. 라디오 녹음에 맞추어 달려가야 했거든요. 이때에 나는 택시를 내리면서 기본삯 3000원에 2000원을 얹어서 드렸어요. 5000원짜리 종이돈을 드리면서 “우수리는 안 주셔도 돼요. 이 길을 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했어요. 그저 제 마음이었으니까 2000원을 더 드리면서도 즐거웠어요. 그리고 이 즐거운 마음으로 사십 분에 걸쳐서 신나게 라디오 녹음을 했습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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