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는 연필이 있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시를 열 꼭지 써 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만날 이웃님이 열 사람쯤 되리라 느끼면서 써 보았어요. 흔들리는 시외버스에서 수첩에 볼펜으로 시를 쓰려다가 볼펜을 집어넣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볼펜은 버스에서 더 떨려서 그닥 안 좋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연필을 쥐어서 써 보니 무척 부드럽습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버스에서도 연필로 쓰니 매우 좋습니다. 전철에서도 참 좋더군요. 한참 연필로 쓰다가 멈추고 생각했지요. 어쩜 이렇게 연필이 좋을까 하고요. 이렇게 훌륭한 연필이 있는데 왜 그동안 볼펜만 쓰려고 했을까 싶더군요. 오늘 나한테 연필 한 자루가 되어 준 나무와 돌을 가만히 그립니다. 내가 쓰는 모든 글에 나무답고 돌다우면서 고즈넉한 숲바람이 깃들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2016.6.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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