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꿈



  오늘 서울로 마실을 간다. 마포FM에 찾아가서 책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고, 얼마 앞서 새로 낸 책을 조촐히 기리는 조그마한 모임을 열기로 했다. 엊저녁부터 이래저래 살림을 챙기면서 생각에 잠겨 본다. 오늘 서울마실을 다녀오면서 무엇을 이루어야 할까 하고. 무엇보다도 곁님이 올 칠월에 한 달 동안 미국에 배움마실을 다녀올 배움삯을 모을 수 있기를 꿈꾸어 본다. 미국돈으로 삼천 달러 남짓 들 텐데, 이만 한 돈을 벌자면 책을 몇 권쯤 팔면 될까? 이제껏 곁님이 배움마실을 다녀오도록 할 적에 카드값으로 대고 여러 달이나 여러 해에 걸쳐 이 빚 저 빚으로 갚았는데, 올해에 곁님은 카드값이 아닌 맞돈을 통장에 모았을 때에만 가겠노라 하고 말한다. 이 말이 참으로 옳지. 지난 몇 해 동안 배움삯을 이리저리 빌리고 갚느라 퍽 고단한 모습을 늘 지켜보았으니까. 오늘 서울마실을 가는 길에 꿈을 꾼다. “서울로 살림을 옮기는 꿈”이 아니라 “서울에서 즐겁게 여러 가지 일을 슬기롭게 마치고 배움삯을 넉넉히 벌어들여 곁님이 홀가분하게 배움마실을 다녀오면서 몸과 마음을 한결 따사로이 추스를 수 있는 꿈”을 꾸어 본다. 새벽에 곁님더러 “어제 자전거로 읍내에서 실어 온 수박 반 통을 우리 집 돼지 셋이 한꺼번에 다 먹지 말고 이틀에 나누어서 먹으셔요.” 하고 말했다. 자, 이제 아침을 짓고 가방 메고 바지런히 길을 나서자. 2016.6.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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