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걷다



  어느새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제 나는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걸었습니다. 자전거 발판을 구를 수 없을 때까지 굴렀습니다. 겨우 집까지 자전거를 끌고 온 뒤에는 평상에 털썩 주저앉아서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어제 읍내에서 저자마실까지 하며 챙긴 아몬드를 허둥지둥 씹어먹었습니다. 작은아이를 불러 냉장고에서 우유를 한 통 꺼내어 우유를 한 통 다 마시기까지 했습니다. 집에서 바다를 지나고 멧자락을 넘어서 읍내까지 두 시간, 읍내에서 저자마실까지 보고서 집으로 세 시간, 이렇게 다섯 시간을 자전거로 달리니 온몸이 삐끄덕거리더군요. 자전거조차 네 시간 반쯤 달릴 무렵부터 삐걱거렸어요.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두 시간 남짓 흔히 다니기는 했지만 다섯 시간 남짓 하루 만에 달리고 보니 몸에서 도무지 안 받아 주었네 싶어요. 게다가 집에 닿아서 아무것도 안 먹고 물조차 마시지 말고 씻은 뒤에 드러누웠어야 하는데, 이렇게 못했습니다. 아픈 곁님더러 저녁을 지어서 아이들한테 밥상을 차려 주라고 할 수 없으니, 어떻게든 기운을 내려고 허둥지둥 배를 채워서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저녁을 지었습니다. 저녁밥을 차리고 나서 바로 쓰러져서 한 시간 반 즈음 죽은 듯이 끙끙거렸으나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더군요. 아까 허둥지둥 먹은 것이 뱃속에서 삭지 않아 부글거리기 때문입니다. 한밤에 배앓이를 합니다. 걸을 수 없을 때까지 걷다 보니, 이렇게 몸앓이를 크게 하네요. 오늘은 아침부터 일찍 서울마실을 해야 하는데, 이 몸으로 시외버스에서 다섯 시간 즈음 잘 견디어야 할 텐데, 아무튼 곧 배앓이를 마치고 드러누워서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야지요. 빗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2016.6.29.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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