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함께 먹지 못하던 어머니



  작은아이가 밥상맡에서 묻습니다. “아버지도 밥 같이 먹어?” “응.” 그렇지만 아버지는 부엌일을 마저 끝내느라 부산합니다. 밥상을 다 차린 뒤에는 빨래를 마당에 내다 넙니다. 설거지를 하고 칼을 숯돌에 갑니다. 이러다가 밥상에 토마토를 안 올렸네 하고 깨닫고는 다시 칼을 써서 토마토를 썰어서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아이들이 밥그릇을 거의 비울 즈음까지 나는 밥상맡에 앉지 못합니다. 내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뭘 담지도 못합니다. 아직 못 끝낸 빨래가 몇 점 더 있고, 이밖에 아침 집일을 더 해야 합니다. 마당에 두 차례쯤 더 나갔다가 들어오고 하다가 문득 내 어릴 적 우리 어머니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도 어머니한테 으레 “어머니는 밥 안 드셔요?” 하고 여쭈었습니다. 이때에 어머니는 언제나 “먼저 먹어.”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참말로 어머니하고 한 밥상에 둘러앉아서 느긋하게 밥을 먹은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어머니로서는 어머니를 거들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부엌일뿐 아니라 다른 모든 집안일을 건사하느라 눈코를 뜰 새 없이 바쁠 뿐 아니라, 살짝 다리나 손을 쉴 겨를조차 없었으리라 느낍니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다 같이 밥상맡에 느긋하게 둘러앉을 수 있도록 이것저것 요모조모 같이 챙기고 건사할 수 있겠지요?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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