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려 하지 않는 책읽기



  배우려 하지 않으면 배우지 못합니다. 배우려 하면 배웁니다. 배우려 하지 않으면 눈을 뜨지 못합니다. 배우려 하면 눈을 뜹니다. 배우려 하지 않으면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배우려 하면 마음을 엽니다. 나는 이를 잘 안다고 말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나 스스로 ‘배우려 하지 않는 몸짓’하고 ‘배우려 하는 몸짓’으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배우려 하지 않는 몸짓일 적에는 몸이며 마음이 함께 굳으면서 즐거움이 없어요. 그러니 웃음이나 노래가 흐르지 않습니다. 배우려 하는 몸짓일 적에는 몸이며 마음이 함께 가벼우면서 즐거움이 흐릅니다. 남이 나를 즐겁게 하지 않아요. 배우려 하는 몸짓일 적에 스스로 즐겁습니다. 그러니 이때에는 웃음이나 노래가 저절로 흐릅니다.


  배우려 하는 사람은 학력이나 재산이나 계급이나 이것저것 아무것도 따지거나 가리지 않습니다.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학력을 비롯해서 돈이나 계급이나 이것저것 모조리 따지거나 가립니다. 배우려 하기에 돈이 없어도 배워요. 배우려 하지 않기에 돈이 있어도 배우지 못해요. 배우려 하기에 책이 한 권조차 없어도 배우고, 배우려 하지 않기에 책을 멧더미처럼 잔뜩 쌓았어도 배우지 못해요. 배우려 하기에 어떤 책을 읽든 넓고 깊이 배울 수 있고, 배우려 하지 않기에 매우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책을 마주하더라도 아무것도 못 느끼고 말아요. 2016.6.23.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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