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자전거 삶노래 2016.6.15. 달리는 맛
읍내 우체국을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가방에 책하고 봉투를 챙기고 집을 나서는데, 대문을 열고 고샅으로 나서니 마을 어귀로 군내버스가 부웅 하고 지나간다. 어라, 코앞에서 놓치네. 15시 05분에 들어올 군내버스가 15시 11분에 들어왔으니 퍽 일찍 들어온 셈이다. 다른 날에는 15분이라든지 22분에도 들어왔는데. 너무 느긋하게 나섰구나 싶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가방을 풀어서 책하고 봉투를 꺼낸다. 평상에 앉아서 테이프를 붙인다. 삼십 분 남짓 붙이고 나서 천바구니에 담는다. 자, 오늘은 자전거를 몰아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가야겠구나.
오늘은 아침을 차린 뒤에 내내 밭일을 하느라 쉴 겨를이 없었다. 자전거를 달리기보다는 버스에 몸을 맡기려 했는데 자전거를 달리니 등허리나 팔다리에서 힘을 내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바람을 가르는 맛을 좋아한다. 싱싱 호젓한 길을 달리면서 마음껏 떠들고 노래한다.
달리는 맛이란 뭘까. 고단함도 고달픔도 없기에 달리는 맛이 될 테지. 짧은 길이든 먼 길이든 그저 즐겁게 달리면서 노래할 수 있기에 달리는 맛을 누릴 테지.
면소재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아이가 수레에서 잠든다. 마당에 자전거를 세운 뒤 작은아이를 안고 잠자리에 누여도 깨어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 아주 신나게 뛰놀았나 보구나. 멋지네. 훌륭하지. 큰아이는 잠들 낌새가 없다. 큰아이한테 먼저 저녁을 차려 준다. 나는 능금 한 알을 먹으면서 숨을 돌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고흥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