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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ㅣ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평점 :
- 책이름 : 제7의 인간
- 글 : 존 버거 / 사진 : 장 모르
- 옮긴이 : 차미례
- 펴낸곳 : 눈빛(2004.11.11)
- 책값 : 12000원
지난주 목요일, 몽골에서 우리 나라로 일하러 온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시골 버스역으로 갔습니다. 버스가 언제쯤 오는가 기다리고 있는데, 거의 한뎃잠이(노숙자)나 부랑자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가방 하나 들고 버스역 둘레를 서성거리더군요. 나중에야 이이가 서울로 가는 버스를 한 대 놓치고(한글을 읽을 줄 몰라서, 서울 가는 버스인 줄 못 알아보았지요. 옆에서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고) 있던 몽골 노동자인 줄 알았습니다.
.. 그들은 자기들의 노동을 제공하러 온다. 그들의 노동력은 기성품이다. 이제부터 그 노동력 덕분에 생산에 이익을 얻게 될 공업화된 국가들은 그 노동력을 생성시키는 비용은 전혀 부담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중병에 걸린 이민노동자나 너무 늙어서 일할 수 없게 된 이민노동자를 부양하는 경비 역시 부담하지 않는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노동자들은 불사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이다 .. 〈64∼65쪽〉
한국에 한 해 동안 있었다는 몽골 아저씨는, 시골(충북 음성과 충주 신니면 쪽)에서 플라스틱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는데, 일감이 없어서 돈을 더 벌 수 없어서 서울에 있는 누이한테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누이는 한국 남자한테 시집가서 살고 있다더군요.
.. (신체)검사를 받은 사람은 가슴과 팔목에 일일이 자기 번호가 잉크로 씌어진다 .. 〈55쪽〉
몽골 아저씨는 “다들 몰라 몰라 해, 당신, 사람 좋아, 사람 좋아.” 하고 띄엄띄엄 말합니다. 무슨 소리인가는 한참 뒤에 알았는데, 길을 물어 보았을 때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이 다들 ‘몰라(요)’ 하고는 가 버린다는 것. 가던 길을 멈추고 길을 알려주는 한편,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함께 길을 찾아 주는 사람은 처음 만났다는 것.
.. 그의 어머니는 그의 결심에 찬성을 한다. 그것은 가문의 문제이고 가문 전체가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이 가는 ‘외국’은 싫어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집 밖으로 걸어나가게 될 때쯤엔, 어머니는 그가 어떻게 태어났던가를 기억해 낸다 .. 〈35쪽〉
몽골에서 온 아저씨한테 이름을 묻지 않았군요. 참 바보입니다. 이름도 묻지 않다니. 하긴. 그 아저씨는 한국땅에서 ‘외국인노동자’라는 이름 하나만 달랑 받을 뿐, 그 어떤 노동자 대접, 사람 대접은 못 받을 테지요. 어떤 이는 ‘괜히 남의 나라에 와서 노동력을 빼앗는 사람’으로 볼 테고, 어떤 이는 ‘고향을 떠나 돈을 벌어 돌아가려는 사람’쯤으로만 볼 테지요.
이 아저씨는 제 고향나라인 몽골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수많은 남녘 관광객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면서 찾아가는 ‘관광지 몽골’ 사람 가운데 하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쩌면 네다섯 해 뒤에는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녘사회 물이 들 대로 들어서. 하지만 남녘 남자한테 시집온 그 아저씨 누이는 앞으로 딱 한 번도 고향땅을 밟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나라, 겨레가 쓰던 말도 잊을 테지요. 이름도 없이 얼굴도 없이 아무런 자취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 버릴 겝니다. (4339.4.11.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