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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의 남편 1
타가메 겐고로 지음,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6년 5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29
아빠가 둘, 또는 서로 아끼는 곁님
― 아우의 남편 1
타가메 겐고로 글·그림
김보미 옮김
길찾기 펴냄, 2016.5.10. 7000원
만화책 《아우의 남편》(길찾기,2016)은 ‘남자 동성애’를 다룹니다. 그렇다고 이 만화책에서 사내끼리 살을 섞는 대목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둘째 권에서는 달라질는지 모르나, 이제 막 한국말로 나온 《아우의 남편》 첫째 권을 보면, ‘남동생이 남자와 혼인한’ 이야기가 흐르며, 이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다루려고 합니다.
“우와, 외국인이다.” “외국인 아닙니다. 캐나다 사람.” (19쪽)
“저는 카나의 고모부입니다.” “무슨 말이야? 의미를 모르겠어!” “저는 캐나다에서 야이치 씨의 남동생과 결혼했습니다. 그러니까 카나의 고모부예요.” (21쪽)
쌍둥이 형제 가운데 동생은 어느 날 쌍둥이 형한테 ‘드러내기(커밍아웃)’를 했고, 이무렵부터 쌍둥이 형은 동생을 차츰 멀리했다고 해요. 쌍둥이 동생은 이즈음부터 다른 길을 걷다가 캐나다로 건너가서 살았고, 그곳에서 ‘합법 동성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쌍둥이 동생은 캐나다에서 그만 죽었고, 이녁하고 함께 살던 캐나다 사내가 일본으로 건너옵니다. ‘짝을 잃은 캐나다 사내’는 이녁 짝이 태어나서 자라던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리웠고, 일본에 있는 ‘이녁 짝 식구’가 궁금했다고 해요.
“야이치 씨, 카나 아빠. 카나를 위해 매일 밥 짓고 청소하고 세탁하고, 그거 훌륭한 일이잖아요?” (68쪽)
“캐나다인 고모부가 생기다니, 왠지 대단하고 왠지 신나!” “그런가? 나도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려나.” (74∼75쪽)
아이를 낳으려면 어머니하고 아버지가 있어야 합니다. 어머니만 있거나 아버지만 있다면 아이를 낳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머니나 아버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보살필’ 수 있어요. 낳지 못하더라도 너르고 따스한 사랑은 얼마든지 베풀 수 있지요.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어머니만 둘’이라든지 ‘아버지만 둘’인 집이 제법 있어요. 한국에서는 이러한 집을 아직 받아들이기 어려우리라 봅니다. 한국은 아직 ‘동성결혼’을 법으로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그런데 말이에요, 혼인을 한다고 해서 ‘살섞기’를 꼭 해야 하지 않습니다. 동성이 아닌 이성끼리 혼인을 했어도 ‘살섞기’를 하지 않는 집이 차츰 늘어나요. 동성이 아닌 이성끼리 살면서 ‘살섞기’를 안 할 뿐 아니라 아이를 낳지 않는 집도 차츰 늘어나지요. 왜냐하면 서로 마음과 뜻이 맞으면서 고이 사랑하는 살림을 바랄 적에는 살섞기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따사롭고 넉넉한 숨결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허즈밴드는 료우지. 료우지의 허즈밴드는 나.’ 그 말을 들었을 때,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동생이 남자와 결혼해서 줄곧 내 마음 한구석에서 카나가 한 말처럼 ‘마이크랑 료우지, 어느 쪽이 남편이고 어느 쪽이 아내였어?’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다.’ (91∼92쪽)
사내와 가시내가 혼인을 하면 어느 한쪽을 아내라 하고 다른 한쪽을 남편이라 해요. 사회라는 틀에서는 이렇게 ‘성별’과 ‘이름(설 자리)’을 가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조금 더 생각해 본다면, ‘남편 몫’이나 ‘아내 구실’을 넘어서 ‘서로 아끼는 사이’로 지낼 수 있어요. 이를테면 성별에 따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 성별을 가르지 않고 누구한테나 똑같이 이름을 붙일 수 있어요.
저는 ‘곁님’이라는 이름을 제 나름대로 지어서 씁니다. 곁에서 아끼고 보살피는 살가운 임(님)이라는 뜻으로 쓰는 ‘곁님’이라는 이름은 내 짝꿍을 가리키는 이름이 되기도 하지만, 내 짝꿍이 나를 가리키는 이름이 되기도 합니다. ‘곁님’이라는 낱말 얼거리처럼 ‘짝님’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해요. 한짝이나 짝꿍을 이루는 살가운 임(님)이라는 뜻으로 ‘짝님’이라고 하지요.
사랑할 수 있기에 함께 살고,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함께 산다고 느낍니다. 한집에 아버지가 둘일 수 있고, 어머니가 둘일 수 있어요. 아이한테는 고모나 고모부가 모두 사내일 수 있고, 이모나 이모부도 모두 가시내일 수 있어요. 성별로 가르는 겉모습보다 마음으로 드러나는 사랑이 어떠한가를 살필 때에 즐거우면서 아름다운 살림이 되리라 느낍니다. 만화책 《아우의 남편》이 ‘동성결혼’을 바라보거나 마주하는 눈길을 부드러이 어루만져 줄 수 있기를 빕니다. 2016.6.1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