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밥, 싸우는 밥, 새로운 밥, 바쁜 밥



  서울마실을 하며 여관에 묵는 동안 여관 텔레비전에서 여러 가지 방송을 보았다. 이 가운데 하나는 ‘태국 요리사’하고 ‘한국 요리사’가 ‘밥싸움(요리 경연)’을 벌이는 이야기였다. 문득 한 대목만 보았기에 어떤 방송이거나 주제인가까지는 알 길이 없는데, 판정단이라는 사람들이 숟가락이나 포크를 들면서 ‘이기고 짐’을 가리더라. 그러고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맛있게 밥을 짓기’를 다루기보다는 ‘누가 밥싸움에서 이기거나 지는가’를 다루는 방송이 부쩍 늘었다. 시청률 때문일까? 이렇게 싸움판으로 벌여야 재미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함께 즐기고 함께 웃으며 함께 노래하는 맛난 밥잔치를 이루면 시청률도 떨어지고 재미도 없고 보람도 없을까? 모든 사람한테 푸짐하게 한 접시씩 돌아가도록 밥을 지으면서도 서두르지 않던 태국 요리사 모습을 떠올려 본다. 뭔가 새롭거나 남다른 솜씨를 보여주겠다면서 내내 서두르면서 쏟고 엎지르고 하더니 입맛을 살짝 가실 만큼 얼마 안 되는 밥을 몇 접시 못 내놓는 한국 요리사 모습을 헤아려 본다.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싸움이 아니라, 즐기면서 맛있는 밥을 차릴 수 있으면 안 될까? 밥짓기도 밥먹기도, 또 글쓰기와 책읽기도, 또 이야기와 삶과 살림과 사랑도, 싸움이 아닌 따사로운 손길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똑같은 쌀밥을 지어도 얼마든지 새롭게 할 수 있고, 똑같은 밥그릇을 밥상에 올려도 얼마든지 새롭게 꾸밀 수 있다. 싸움이 아닌 사랑이 될 수 있다면. 싸우는 대회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잔치가 될 수 있다면. 2016.6.1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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