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와서 차리는 밥



  이틀에 걸쳐 바깥마실을 하면서 바깥일을 했습니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와서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뒤, 쌀부터 씻어서 몇 분 동안 불렸고, 곧바로 밥을 짓습니다. 국을 끓인다거나 다른 것을 차릴 겨를을 내기는 쉽지 않아서 불판을 달구어 냉동식품을 살살 익혔지요. 이렇게 해 놓고 짐을 풀었고, 몸을 씻은 뒤에, 접시에 김치를 옮기며 밥상을 차렸어요. 서울을 떠난 시외버스가 고흥읍에 닿을 즈음 읍내에서 튀김닭이라든지 뭔가를 사서 들어갈까 하다가 이런 생각을 접었어요. 그냥 집에서 밥을 짓자고 생각했어요. 몸이 힘들다거나 버스에서 고달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냥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싶어서 새롭게 기운을 내려고 했어요. 이러면서 한 가지를 더 생각했어요. ‘밖에서 뭔가를 사면 돈이 많이 드니까 집에서 밥을 하자는 생각이니?’ 또는 ‘어머니가 힘들어서 밥을 못 차렸을 텐데, 아이들이 집밥을 맛볼 수 있도록 할 때에 훨씬 즐겁다고 생각하니?’ 며칠 만에 손수 차려서 먹는 집밥이 참 맛있네, 내 손으로 담근 김치를 내 손으로 지은 밥이랑 먹으니 몸이 반기네, 하고 느끼는 저녁입니다. 2016.6.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