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힘이 되는 노래



  고흥집에서 글을 쓸 적에 나는 두 가지를 합니다. 첫째, 아뭇소리를 듣지 않고 오로지 내 글쓰기에 사로잡힙니다. 이때에는 글판 두들기는 소리조차 듣지 않고, 내 손가락이 내 마음에 따라 흐르면서 글판을 누른다는 느낌조차 모조리 느끼지 않습니다. 둘째, 셈틀에 어떤 노래를 틀어놓습니다. RAMTHA 훈련 가운데 하나인 불꽃 같은 숨을 쉴 적에 바탕노래로 삼는 노래를 틀어요. 이 훈련 노래는 훈련을 할 적에 들어도 몸이 새롭게 깨어나도록 이끌지만, 훈련이 아닌 여느 때에도 마음을 튼튼히 다잡도록 북돋우는 숨결이 있다고 느낍니다. 고흥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바깥일을 보며 글을 쓴다고 할 적에도 유에스비 메모리카드에 이 훈련 노래를 담아서 갖고 다녀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유에스비 메모리카드가 먹통이 되었고, 듣고 싶던 훈련 노래를 듣지 못합니다. 괜시리 서운하고 슬프네 하고 여기다가 인터넷을 켜서 유투브에 들어갔고, 유투브에서 영어 노래를 틀어 봅니다. 그동안 아이들하고 즐겁게 듣던 영어 노래입니다. 아이들하고 듣는 영어 노래는 내가 어릴 적에 그냥 한국 동요인 줄 알던 노래였으나 이제 와서 다시 들으니 번안 동요였고 영어 원곡이 따로 있는 줄 깨달은 노래입니다. 영어 노래, 그러니까 영어 동요를 들으면서 영어를 새롭게 배우자는 마음도 있지만, 이보다는 이 영어 동요가 무척 차분하면서 즐겁다고 느낍니다. 한국에서 흔히 듣는 한국 동요는 아이들을 너무 어리게만 여기면서 좀 어설프거나 어수룩한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는 느낌이 짙다면, 훌륭한 영어 동요는 그냥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노랫결이 따사롭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억지로 쥐어짜는 귀여움이 아니라, 수수하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눈길과 목소리로 부르는 훌륭한 영어 동요가 몹시 반가우면서 재미있다고 할 만하다고 느껴요. 이런 노래를 바탕에 깔아 놓으면 나는 어느새 고요하면서 고즈넉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가 스스로 잊던 내 모습을 다시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는 몸짓으로 글을 쓸 수 있어요. 내가 곁에 두면서 읽고 싶은 책이라면, 바로 이렇게 사랑스러운 노래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쥐어짜는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수수하게 삶을 사랑하고 살림을 짓는 꿈이 깃든 책이 더없이 기쁘다고 생각합니다. 2016.6.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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