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셈틀



  오늘 새벽까지만 하더라도 여관 셈틀은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은 뒤에 다시 셈틀 앞에 앉으니, 어느새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읽어 주지 않습니다. 왜 이럴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셈틀을 껐다가 켜고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도 뺐다가 꽂았다가, 다른 자리를 찾아서 수없이 꽂아 보지만,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더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씨름을 하지만 끝내 두 손을 듭니다. 여관 침대에 벌렁 누워서 텔레비전을 켜고 멍하니 쳐다봅니다. 설마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에서 새롬데이타맨프로 풀그림을 살펴보지만,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이 풀그림을 올린 분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제가 늘 쓰는 편집기를 쓸 수도 없습니다. 새롬데이파맨프로 풀그림을 가상메모리라든지 제 블로그 한쪽에라든지 올려놓는다면 여관 셈틀이 유에스비 메모리카드를 안 읽어 주더라도 걱정이 없을 텐데, 이제껏 이렇게 안 했네 하고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참말로 나는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살피며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멍하니 여관 텔레비전을 들여다볼 적에 태국 요리사하고 한국 요리사가 서로 겨루는 풀그림이 흐르던데, 무대에 나온 모든 요리사하고 사회자는 입을 모아서 태국 요리사 솜씨가 매우 훌륭하고 뛰어나며 맛있다고 손가락을 추켜세웠는데, 막상 평가단 점수에서는 한국 요리사가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쪽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태국 요리사들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손뼉을 쳐 줍니다. 여관 텔레비전으로 멍하니 바라보아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점수 매기기이네 하고 느끼는데, 한국 사회는 이렇게 속이 좁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서 다시 나를 돌아봅니다. 그러면 이 방송을 멍하니 바라보는 나는 우리 아이들이나 이웃님을 얼마나 너그럽거나 넉넉하게 어루만지거나 껴안는가를 되새깁니다. 나부터 슬기로운 살림을 지으면서 텔레비전 풀그림을 나무랄 만한가 하고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2016.6.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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