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설거지



  엊저녁에는 모처럼 설거지를 미루었는데 밤에 마치지 못하고 아침에서야 한다. 밤에는 그대로 곯아떨어지느라 저녁 설거지를 못한 셈이다. 이럴 적에 문득 돌아보곤 한다. 집살림을 도맡는 내가 ‘가시내’라면, 한집에 사는 여느 ‘사내’는 ‘저녁에 마치지 않고 아침까지 그대로 있는 설거지’를 어떻게 바라볼까? 여느 집안 여느 사내는 개수대를 바라보면서 ‘그래, 내가 맡아서 하면 되는구나!’ 하고 여길까 ‘가시내란 사람이 설거지도 안 하다니!’ 하고 여길까?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어제부터 불린 미역으로 국을 끓이려고 부엌을 갈무리한다. 밥불을 올렸고, 이제 아이들더러 마늘을 벗겨 달라 얘기하고는 신나게 밥을 짓고 차려야지. 2016.6.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