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국물



  마늘장아찌를 하려고 생각하면서 읍내에 마실을 간다. 간장하고 고추장을 넉넉히 장만하기로 한다. 우리 집 간장이나 고추장을 아직 담그지는 못하지만, ‘우리 집 마늘장아찌’는 즐겁게 해 보려고 생각한다. 읍내 가게에서 간장하고 고추장을 장만하는 김에 고기도 장만한다. 저녁밥 먹기 앞서 마실을 다녀온 아이들은 배가 몹시 고프다. 집에 닿자마자 아이들더러 손발을 씻으라 하고, 나는 고기를 볶으려 한다. 큰아이는 아버지 곁에 붙어서 “나도 뭘 돕고 싶어.” 하고 말한다. “그럼 양파를 가져다 줄래?” “양파? 어디에?” “밖에 나가 봐. 처마 밑에 자루에 들었어.” 큰아이는 양파 껍질을 벗긴다. 양파 껍질을 다 벗기고 나서 “또 뭘 돕고 싶어.” 한다. “그러면 마늘 하나만 가져올래?” “마늘? 마늘 어디 있어?” “처마 밑에 보면 커다란 자루에 들었어.” 큰아이가 양파랑 마늘 껍질을 벗겨 주기만 해도 일손이 크게 던다. 손이 한결 느긋하다.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 붙어서 양파나 마늘 껍질을 벗기기만 했어도 어머니는 손이 한결 느긋하다고 느끼셨을까? 감자나 당근을 썰어 주지 않아도 된다. 김치찌개 불을 맞추어 주지 않아도 된다. 쌀을 씻거나 일어서 밥물을 맞추어 끓여 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아주 조그마한 손길로도 푸진 기쁨이 된다.


  작은아이는 고깃국물을 고기보다 더 맛나게 먹는다.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몫으로 놓은 접시에 있는 고깃국물을 죄다 작은아이 그릇에 붓는다. 네가 다 먹으렴. 네가 맛있게 먹으렴. 네가 즐겁게 먹으면서 고운 사랑을 마음속으로 키우렴. 2016.6.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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