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신



  가벼운 신을 발에 꿰고 달린다. 이러다가 신이 벗겨진다. 에헤헤 웃으면서 다시 신을 발에 꿴다. 새롭게 땅을 박차면서 달린다. 가벼운 신을 꿰고 가볍게 달린다. 가벼운 신을 꿰었으니 가볍게 바람을 가른다.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짚신 말고는 딱히 신을 꿰지 않았고, 옛날에는 어디나 풀밭 길이요, 흙도 보드라웠으니 맨발로 어디로든 다녔겠지.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다진 땅에서는 맨발이 좋지 않으니 신을 꿰어야 하는데, 쉬우면서 가볍게 꿰고 쉬우면서 가볍게 빨아서 말리는 신이 아이한테나 어른한테나 가장 좋으리라 느낀다. 발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는 신이라면 땅도 하늘도 바람도 해도 물도 풀도 더욱 살가이 맞아들일 만하리라 본다. 2016.6.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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