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들딸기잼’을 ‘집빵’에 발라 먹는 여름

[시골노래] 여름에 즐기는 신나는 맛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숲마실이나 바다마실을 가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지요. 자전거를 타면서 시원하게 바람을 마시지요. 그리고 숲에서는 숲내음을 맡으면서 놀고, 바다에서는 바닷바람을 즐기는 모래밭놀이를 즐겨요.


여기에 한 가지 재미가 더 있어요. 바로 오뉴월에는 들딸기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익는 들딸기를 찾아서 신나게 손을 놀립니다. 두 아이는 훑으면서 입에 넣고, 나는 훑으면서 그릇에 담습니다. 두 아이는 들딸기로 배를 채우고, 나는 이 들딸기로 집에서 ‘우리 집 잼’을 졸일 생각이에요.


지난 오월 끝자락에 올들어 첫 ‘들딸기잼 졸이기’를 해 보았습니다. 지난해까지 우리 집에서는 ‘들딸기로 배를 채우기’에만 바빠서 잼을 졸일 생각을 못 했어요. 올해에는 두 아이가 실컷 배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들딸기를 며칠에 한 차례씩 훑으면서, 이 넉넉한 들딸기를 잼으로 졸여서 두고두고 먹자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들딸기는 여느 밭딸기하고 달라요. 가게에 놓이는 밭딸기는 겨울에 비닐집에서 자란 딸기이고, 이런 딸기는 꽤 오랫동안 무르지 않아요. 그러나 들딸기는 숲에서 따고 나서 한나절이 지나면 벌써 무릅니다. 그날 그자리에서 바로 먹지 않으면 더 먹을 수 없는 들딸기예요.


‘우리 집 들딸기잼’ 졸이기는 이렇게 합니다.


ㄱ. 먼저 숲으로 마실을 가서 신나게 훑는다.

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살짝 헹구고 무게를 잰다.

ㄷ. 들딸기 1kg에 설탕 800g을 넣는다.

ㄹ. 레몬즙을 살짝 넣는다.

ㅁ. ㄷ하고 ㄹ을 골고루 저어서 섞은 뒤에 하루(24시간) 차게 재운다.

ㅂ. 하루가 지난 뒤에 보글보글거릴 때까지 끓인다.

ㅅ. 다 식을 때까지 기다린다.

ㅇ. 다 식은 뒤에 다시 하루 동안 차게 재운다.

ㅈ. 다시 한 번 졸이고는, 뜨거울 적에 건져서 병에 담는다.

ㅊ. 병에 담고 뒤집어 놓는데 다 식으면 차게 둔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지만 들딸기잼 한 병을 얻기까지 여러 날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물이 너무 걸쭉하게 되었는데, 이 다음에는 물이 흐르지 않을 만큼 훌륭하게 되었어요.


집에서 졸인 들딸기잼도 냉장고에서 꺼내어 처음 뚜껑을 열면 ‘뻥!’ 소리가 시원하게 납니다.


그리고 들딸기잼병을 열기 앞서 할 일이 하나 있어요. 빵을 구워야지요. 신나게 반죽을 해서 알맞게 부풀 때까지 기다려요. 그러고는 스탠팬을 중불로 켜고는 반죽을 붓고 기다려요. 익는 냄새가 나면 뚜껑을 열고 뒤집지요.


집에서 구운 빵에 집에서 졸인 잼을 올립니다. 손이 제법 가고 여러 날 지나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맛입니다만, 이 여름에, 이 오뉴월에, 시골에서 신나게 즐기는 재미난 맛이에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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