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곳



  하룻밤 서울마실을 잘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바깥일을 보느라 시외버스에서 아홉 시간 남짓 보내고, 잠은 거의 자지 못하는 채 이틀에 걸쳐서 사람들을 만나서 기운을 쏟으니, 고흥 읍내에 내려서 저잣마실을 하고 택시를 불러서 마을로 오기까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졸음이 엄청나게 쏟아져서 가방에 기대어 눈을 붙였고, 시외버스에서도 자다가 깨다가 책을 읽다가 하면서 팔에 힘이 오르지 못했다.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 닿아 아이들하고 인사하고 짐을 풀고 씻고 저녁거리를 내놓은 뒤 비로소 숨을 돌리는데, 천천히 새 기운이 솟는다. 조용한 바람을 느끼고, 싱그러운 개구리 노랫소리를 느낀다. 재잘거리는 아이들 말소리를 느끼고, 하룻밤 아이들하고 잘 지낸 곁님 숨결을 느낀다. 그저 좋다. 2016.5.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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