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감꽃, 작은 감꽃
찔레꽃내를 맡으려고 찔레나무 곁에 서는데, 찔레꽃내하고 다른 달콤한 냄새가 퍼져서 뭔가 하고 땅바닥을 내려다보니 작은 감꽃이 구른다. 작은 감꽃마다 개미가 바글거린다. 이제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감나무에 감꽃이 조롱조롱 맺혔다. 뒤꼍 한쪽에는 굵은 감꽃이 맺는 감나무가 있다. 세 그루에는 굵은 감꽃이 맺고, 한 그루에는 작은 감꽃이 맺는다. 그런데 말이지, 어쩌면, 작은 감꽃이 맺는 이 나무는 ‘고욤나무’일는지 모른다. 이제껏 감나무로만 알았으나 막상 고욤나무였을 수 있다. 조롱조롱 무더기로 매달린 노란 꽃송이를 제대로 모르는 채, 더욱이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나무마저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여섯 해 동안 이 고흥집에서 두 나무를 늘 마주하고 바라보기는 했으나 제대로 차근차근 살피지 않았다고 할 만하다. 그러고 보니, 해마다 감꽃을 보는 동안 한쪽 꽃은 크기가 작네 하고 여기기만 했을 뿐, 서로 다르게 생긴 꽃인 줄 생각하지 않았다고 깨닫는다. 2016.5.25.물.ㅅㄴㄹ
(숲노래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