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하게 글쓰기



  봄이 저물 무렵이 되면서 새삼스레 바쁘다. 봄이 막 찾아올 즈음부터 밭일을 하느라 바빴다면, 봄철부터 원고 교정을 하느라 몹시 바빴고, 첫여름에 나올 책을 놓고서 마지막 원고 교정을 앞두고 아이들하고 들딸기를 훑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어제는 모깃불을 피우며 연기로 독을 셋 소독했고, 오늘 아침에 새 미역국을 끓여서 아이들하고 곁님을 먹였다. 빨래를 하고, 다시금 새롭게 바닷마실을 가려고 한다. 봄 막바지에, 그러니까 늦봄에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온갖 일하고 살림을 한다. 밤이 되면 그야말로 온몸에서 힘이 쫘악 빠져나가서 그예 곯아떨어진다. 그래도 밤새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어 주려고 문득문득 잠을 깨는데, 언제나 새삼스레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더욱 기운을 낸다. 찔레꽃내를 맡으며 들딸기를 훑는 손에는 딸기물이 든다. 아침에 흙을 만지며 흙물이 들고,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면서 땀내가 배며, 들딸기를 훑는 사이 딸기물이 드는데, 아침저녁 밥을 차리면서 또 어떤 냄새랑 물이 밸까? 이런 여러 가지가 어우러진 냄새나 빛깔이란 무엇일까? 흙을 만지고 나면 흙물은 좀처럼 안 빠지는데, 빨래를 하고 밥을 짓고 설거지를 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어느새 흙물이 감쪽같이 사라지곤 한다. 참 재미있다. 2016.5.2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글넋/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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