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놀다



  어릴 적을 떠올려 본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같이 놀아 준 일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아버지는 으레 집에 없었고, 집에 있더라도 우리하고 같이 놀 마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늘 집에 있으나, 집에 있더라도 하실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놀 틈이 없다. 모든 놀이는 언제나 스스로 찾았다. 어떤 놀이라 하든 스스로 생각해서 했다. 동무들하고 어울리든 혼자 조용히 있든 언제 어디에서나 모든 놀이는 스스로 했다. 누가 시켜서 놀지 않았다. 누가 가르쳐서 놀 수 있지 않았다. 누가 알려주거나 이끌기에 놀지 않았다. 참말로 스스로 우러나서 놀았다. 어릴 적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늘 마음속으로 그리는데 ‘놀다·놀리다·놀이’라는 말이 참 재미있다고 느낀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가벼우면서 기쁘게 짓는 움직임이란 바로 ‘놀다·놀리다·놀이’라는 낱말에 살포시 나타난다고 느낀다. 어버이란, 어버이라고 하는 사람이란, 어른으로서 어버이 자리에 서는 사람이란, 스스로 놀 줄 알고, 아이들이 스스로 놀도록 북돋울 줄 알며, 다 같이 기쁘게 웃는 놀이로 살림을 짓는 숨결이지 싶다. 2016.5.2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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