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구나



  바깥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즈음, 으레 큰아이가 대문을 여는데, 작은아이한테 기운이 남았으면 작은아이가 얼른 달려가서 먼저 문을 엽니다. 볼볼 기던 아기가 업히거나 안기면서 다녔고, 어느덧 아장걸음이다가, 가볍게 뛸 수 있더니, 바야흐로 문고리에 손이 닿아 제가 무엇이든 먼저 해 보고 싶습니다. 글씨를 처음 익히면 모든 글씨가 어지러웠다가 갑자기 환하게 빛나듯이, 차츰 자라는 결에 맞추어 하나씩 새삼스레 살갗으로 스며듭니다. 자라는 기쁨이란 배우는 기쁨이고, 배우는 즐거움이란 자라는 즐거움이지 싶습니다. 키도 자랄 테지만 마음이 함께 자라고, 생각하고 사랑이 나란히 자랍니다. 어른이기에 키나 몸이 더 안 자란다고 여긴다면, 어른으로서 마음이나 생각이나 사랑도 그만 더 자라지 않고 뚝 멈출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머리카락이 새로 자라고, 손발톱이 늘 새로 자라듯이, 어른도 늘 천천히 새로 자라는 몸으로 새로 자라는 마음이 되어 온삶을 기쁘게 배우는 사랑으로 하루를 맞이하리라 봅니다. 2016.5.1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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