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101. 풀내음
나는 어릴 적에 풀밭에 드러눕기를 즐겼다. 내가 어릴 적에 나라에서는 ‘풀밭에 함부로 누우면 어떤 병원균이 옮는다’고 하면서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그렇지만 풀밭에는 들쥐뿐 아니라 수많은 벌레가 살고 지렁이가 산다. 풀밭에 드러누우면 병원균이 옮는다면, 시멘트나 아스팔트에 드러누우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풀밭이나 흙밭에조차 드러누울 수 없는 얄궂은 곳을 보금자리나 마을로 삼아서 지내는 셈일까? 큰아이가 감나무 곁 풀밭에 그냥 드러누워서 논다. 풀이 우거지기 앞서이니 꼭 알맞춤한 때에 드러눕는구나 싶다. 풀이 우거지면 낫으로 베어도 되고, 밭으로 일구려 할 즈음 뿌리까지 뽑을 수 있다. 풀밭에 누우면 풀내음을 맡고, 하늘숨을 쉰다. 풀밭에 누우면 흙을 새삼스레 느끼고, 햇볕하고 햇빛하고 햇살을 새롭게 받아들인다. 2016.5.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숲집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