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놀이터 99. 수박 한 통
보름쯤 앞서 큰아이가 읍내 가게에서 수박을 보았다. 가게에서는 모든 먹을거리가 철이 없이 나온다. 포도도 딸기도 참외도 능금도 수박도 그야말로 철이 없다. 우리가 손수 씨앗을 심어서 거두어 먹는다면, 이제 겨우 4∼5월인데 수박을 먹을 수 없다. 요즈음이 수박씨를 묻는 철이 아닌가. 겨우내 비닐집에 난로를 틀어서 키운 수박이 요즈음 가게에 나온다. 그렇지만 수박을 바라는 큰아이한테 수박을 사서 선물하기로 한다. 먼저 이 수박이 어떤 수박인지 제대로 이야기하고, 이 수박이 어떤 수박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기쁨하고 즐거움을 노래하는 웃음으로 먹자고 이야기한다. 수박은 한 통만 해도 꽤 무겁기에 두 아이를 이끌고 읍내마실을 한다. 아버지가 수박을 비롯해서 무거운 것을 잔뜩 짊어져야 하니, 너희가 가벼운 것은 몇 가지쯤 가방에 담아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2016.5.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집 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