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뜨개 살림’을 선물로 물려받다

[시골노래] 집에서 손으로 뜬 인형



큰아이가 어머니한테서 뜨개질을 배웁니다. 뜨개질을 배우는 큰아이는 하루아침에 뜨개질을 솜씨 있게 할 수 없다는 대목 때문에 살짝 힘들어 합니다. 그렇지만 여러 시간 여러 날에 걸쳐서 진득하게 뜨개바늘을 쥐고 뜨개실을 엮은 끝에 비로소 뭔가를 하나 이룹니다.


처음으로 작은 실꾸러미를 하나 뜨고 나니 아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해냈구나, 이제 첫걸음을 떼었구나, 이제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나아가면 되겠구나.


뜨개옷은 온누리에 여러 벌 있지 않습니다. 같은 밑틀(도안)이 있어서 온누리 어디에서나 똑같이 보이는 옷을 뜰 수 있습니다만, 뜨개질을 하는 사람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저마다 다른 숨결하고 기운이 흐르는 뜨개옷이 태어납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옛날부터 ‘온누리에 꼭 한 벌만 있는 옷’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아 입었어요. 예부터 어느 나라 어느 고장 어느 집에서든 어버이가 모든 옷을 손수 지어서 아이한테 입혔어요. 더 살핀다면, 온누리에 하나인 사랑스러운 아이한테 온누리에 한 벌인 사랑스러운 옷을 지어서 입혔다고 할 만해요.


곁님이 아이한테 선물하고, 또 곁님이 아이한테 가르치는 뜨개질은 스스로 삶을 지어서 살림을 다스리는 손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발이 시리지 않도록 하되, 재미를 살린 ‘오리발 버선’이라든지, 수세미로도 쓸 수 있고 놀잇감으로도 쓸 수 있는 ‘옥수수 뜨개’라든지, 손가락에 끼우는 ‘얼룩말 인형’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예쁘다고 느낍니다. 이 작은 뜨갯거리 하나를 뜨자고 여러 날이 들고, 여러 차례 풀고 다시 뜨고를 되풀이해야 합니다만, 어느 뜨갯거리도 돈값으로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뜨개질이 재미난 큰아이는 곧잘 뜨개바늘을 놀립니다. 실가락지를 떠서 손가락에 끼다가, 들마실을 하는 길에 민들레를 꺾어서 놀다가 ‘민들레 목도리’를 해 줍니다. 호호 불면 휘파람 소리가 나는 인형한테도 목도리를 떠 줍니다. 시골집 시골순이는 어느덧 뜨개순이가 되어 인형한테 목도리를 하나씩 떠 주어요. 나중에는, 그러니까 한 해 두 해 손에 힘이 붙고 슬기를 꽃피우면서 철이 드는 사이에, 제 옷을 손수 지어서 누리는 멋진 살림꾼이 될 만하겠지요.


한 해 내내 언제나 어린이날이요 생일이요 잔칫날이라고 여기면서 즐겁게 선물을 합니다. 뜨개질도, 뜨개 인형도, 살림짓기도 서로서로 주고받으면서 사랑스럽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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