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날
아픈 까닭은 새롭게 태어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느낀다. 예전에는 아플 적에 몸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고만 여겼으나, 이제는 아플 적에 몸이 새로 깨어나려고 뭔가를 알려주려 한다고 느낀다. 몸이 아프니 밥을 짓기 힘겹고, 밭을 갈기도 벅차지만, 아프다가도 몸이 가만히 살아나는 때가 있어서, 이럴 때에 밥을 짓고 밭을 간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햇볕을 쬐면서 밭을 갈 적에 그리 아프지는 않다. 저녁밥을 새삼스레 기운을 내어서 다 짓는다. 그릇에는 담지 못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저희 그릇에 담아서 먹기를 바라면서 자리에 누우려 한다.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눈을 고요히 감고 마음속으로 파랗게 눈부신 별을 그려야겠다. 2016.5.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