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 9
라이쿠 마코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21



다른 울음소리 알아듣기

― 동물의 왕국 9

 라이쿠 마코토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2.12.25.



  어버이가 아이를 보살필 수 있는 까닭은 아이가 빈틈없이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기는 입으로 말을 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말을 해요. 아기 티를 벗고 아이로 자랄 적에도 입으로 읊는 말보다 마음으로 들려주는 말이 더욱 깊고 넓습니다.


  어버이 자리에 서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읽기’를 하면서 아이를 보살핍니다. 이러는 동안 아이도 어버이 마음을 가만히 읽으면서 사랑을 느끼지요. 어버이하고 아이는 입으로 나누는 말을 넘어서는 ‘마음으로 나누는 말’을 함께 나누면서 보금자리를 가꾼다고 할 만합니다.



“넌 역시 약하군. 어째서 내 앞에 나선 거지? 날 죽일 힘도 없으면서.” (14쪽)


“예전에 나의 친구들도 네 녀석들에게 많이 잡아먹혔지만, 난 그 미움을 버리고, 너희와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37쪽)


“네가 기적의 아이냐? 좋은 표정이다. 잘못된 길로 가지 마라.” (57쪽)



  만화책 《동물의 왕국》(학산문화사,2012) 아홉째 권은 다 다른 짐승들이 다 다른 울음소리를 내지만, 다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을 보여줍니다. 키메라하고 맞서 싸우는 동안 차츰차츰 한몸이 되었고, 어느덧 한마음에 가까이 다가섭니다. 이 지구라는 별에서 사람하고 짐승이 왜 따로 있는가를 생각하고, 사람도 짐승도 모두 같은 숨결이라는 대목을 생각하며, 모든 목숨이 서로 아끼면서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생각합니다.



“타로우자가 뭘 줬는데?” “그저 도와주고 먹을 걸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어.” (75쪽)


‘들렸다. 뭐라고 울었는지 알아들었어. 울음소리가 다른데도 전해졌다. 캐서린의 생각.’ (174쪽)



  어버이가 아이 울음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어버이 노릇을 못 합니다. 아이가 어버이 울음소리를 느끼지 못한다면 아이로서는 이 땅에서 사랑을 찾지 못하면서 무섭거나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만화책 《동물의 왕국》은 ‘사람이 스스로 만들고 만 죽음기계’ 때문에 사람 스스로 죽음길로 가고 마는 바보짓을 ‘끝없는 싸움판’을 그려내면서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그래서 이 만화책을 아이들한테 읽히기는 어렵고, 어른들도 쉽게 읽을 만하지는 않습니다.


  가만히 살피면, 만화책은 죽고 죽이는 싸움판을 낱낱이 그리는데, 우리 사회는 겉속이 다른 수없는 싸움판이라고 할 만합니다. 사회도 정치도 문화도 교육도 온통 싸움판이기 일쑤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시험성적을 놓고 싸워야 하고,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얼굴이나 몸매를 가꾸는 싸움을 벌여야 하며, 어른은 그야말로 돈을 어느 만큼 더 버느냐 마느냐 하는 싸움을 벌입니다.


  우리는 서로 어떤 목소리인가를 읽고픈 마음이 없을까요? 우리는 서로 목소리를 읽을 마음이 없을까요?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자급자족’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만, 서로 아끼며 보살필 줄 아는 사랑을 품는 자급자족을 하는 길을 갈 때에 비로소 사람다운 모습이리라 생각합니다. 2016.4.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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