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과 선거 (사진책도서관 2016.4.13.)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국회의원을 뽑는 날입니다. 나와 곁님은 ‘미리 하는 선거날’에 한 표를 찍었습니다. 어제는 뒤꼍에 나무 한 그루를 옮겨심었고, 오늘은 어제 구덩이를 두 차례 깊게 파고 나무를 나르느라 고단한 등허리를 가만히 쉬어 줍니다. 비가 그친 저녁에 곁님 먹을 고기를 사러 면소재지에 다녀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빗물을 훔칩니다. 도서관이 깃든 건물은 많이 낡아서 해마다 빗물이 더 많이 샙니다. 빗물이 새는 데에 맞추어 책꽂이 자리를 바꾸거나 옮기기도 했는데, 새로운 자리에서 옴팡지게 빗물이 새니, 책꽂이를 또 옮겨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선거에 나온 분 가운데에는 우리 도서관 지킴이가 한 분 계십니다. 사진책도서관이라고 하는 책터를 열려고 할 즈음 맨 처음으로 도서관 지킴이가 되어 주신 분인데, 그무렵에 평생지킴이로 해 주셨어요. 갓 사진책도서관을 열 무렵에 목돈이 들 일이 많았는데 큰 힘이 되었지요. 인천에서 처음 도서관을 열면서 책꽂이를 더 들이고, 유리창이나 이런저런 곳을 손보면서 드는 돈을 고맙게 잘 쓸 수 있었어요. 우리 도서관 지킴이 가운데 한 분인 고운 이웃님은 서울 마포 을에 후보로 나오셨고, 씩씩하게 뽑히셨습니다.


  사월비가 지나간 자리는 사월볕이 드리우면서 한결 싱그러우면서 푸릅니다. 아이들하고 함께 심은 씨앗은 하나둘 싹이 틉니다. 우리 집 나무에도, 마을 나무에도, 조롱조롱 새싹이 트고 새잎이 돋습니다. 먼발치에서 도서관 지킴이로 지내 주시는 이웃님들 모두 이녁 보금자리와 살림자리에서 저마다 뜻하는 일을 슬기롭고 즐겁게 이루시리라 생각해요. 종이로 된 책에서도 슬기를 얻고, 사진으로 이루어진 책으로도 기쁨을 얻으며, 밥짓기나 옷짓기나 아이키우기 같은 손길에서도 노래를 얻으리라 생각해요. 시골마을에 깃든 이 도서관에서 태어나는 따사롭고 너그러운 바람이 골골샅샅 보듬을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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