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유채꽃 (사진책도서관 2016.4.5.)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한국말사전 배움터’
군에서 경관사업을 하며 늦가을에 유채씨를 논에 뿌리도록 합니다. 바람을 타며 논둑이나 길가에서 돋는 유채는 잎도 줄기도 꽃도 모두 크고, 들유채는 한겨울이나 늦겨울에도 피어나는데, 논유채는 사월로 접어들며 꽃물결을 이룹니다. 이제 막 터져서 가볍게 노란 물결을 이루는 유채논을 바라보며 걷습니다. 도서관 어귀에서 자라는 갓꽃을 함께 바라봅니다. 나는 이제 유채꽃하고 갓꽃이 어떻게 다른가를 가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두 가지 꽃을 가르지 못합니다. 아마 꽃만 보면 알기 어렵겠지요. 여느 눈으로는 매화꽃하고 벚꽃을 가리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유채인가 갓인가는 잎을 보면 알 만해요. 잎빛이 서로 다르고, 잎결도 서로 달라요. 꽃대하고 꽃은 거의 비슷하지만요. 그리고 유채는 꽃대를 꺾어서 겉껍질을 벗겨서 씹어 보면 갓보다 한결 부드러운 맛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매화꽃하고 벚꽃은 냄새가 다릅니다. 매화나무하고 벚나무는 서로 다른 나무이니까요. 유채꽃하고 갓꽃도 냄새로 가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유채잎은 물맛 같은 부드러움이라면 갓잎은 알싸하게 쏘는 맛이니, 눈을 감고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가만히 살펴서 가릴 수 있으리라 느껴요.
사뿐사뿐 봄나들이를 하듯이 들길을 걸어서 도서관으로 갔다가, 다시 가볍게 봄노래를 부르고 달리기를 하면서 들길을 돌아 집으로 옵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