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배달 국민서관 그림동화 172
필립 C. 스테드 글, 매튜 코델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4



코끼리를 비행기에 싣고 고모한테 가자

― 아주 특별한 배달

 필립 C.스테드 글

 매튜 코델 그림

 이수란 옮김

 국민서관 펴냄, 2015.6.29. 1만 원



  집에서 작은아이를 안으면 큰아이는 저도 안아 달라 합니다. 잠자리를 깔며 큰아이를 업으면 작은아이는 저도 업어 달라 합니다. 때때로 두 아이를 한 팔씩 나누어 안으면서 놀다가 잠자리로 옮깁니다. 때때로 방바닥에 엎드리거나 누워서 배나 비행기 노릇을 해 봅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한 아이씩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돌아요.


  가만히 돌아봅니다. 내가 어릴 적에도 이렇게 누가 안거나 업어 주면 무척 재미났어요. 누가 손목을 잡고 빙글빙글 돌려 주면 많이 돌아 주지 않아도 대단히 재미있어요.



“어딜 가는 거야?” “어딜 가겠어요? 코끼리를 그냥 우체통에 넣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히…….” (6∼7쪽)



  필립 C.스테드 님이 글을 쓰고, 매튜 코델 님이 그림을 빚은 《아주 특별한 배달》(국민서관,2015)을 아주 남달리 읽습니다. 코끼리를 고모한테 선물로 보내려고 하는 당찬 가시내가 나오는 그림책을 무척 재미나게 읽습니다.


  코끼리를 부친다고? 말이 안 된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림책에 나오는 가시내는 ‘집에서 키우던’ 코끼리를 이끌고 우체국으로 갑니다. 우체국 아저씨는 ‘코끼리를 고무한테 보내려’면 우표를 얼마나 붙여야 하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수레에 잔뜩 우표를 싣고 와서는 몽땅 붙여야 한다고 말해요.


  아이로서는 수레에 가득 넘치는 우표까지 장만할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웃집으로 가요. 아이가 사는 집에 있는 이웃은 비행기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비행기가 있어요. 그래서 이 아이는 이웃 아주머니한테 ‘비행기를 빌려’ 달라고 말해요.



“메리 아주머니, 아주머니 비행기를 빌릴 수 있을까요? 이 코끼리를 저희 고모에게 보내려고요. 조세핀 고모는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고 계셔서…… 친구가 꼭 필요하거든요.” (14쪽)



  그림책이기에 부풀려서 그린다고 여길 수 있지만, 참말 이 그림책대로일 수 있어요. 집에서 코끼리를 키울 수 있고, 아이가 비행기를 몰 수 있지요. 더군다나 이 아이는 코끼리를 비행기에 태우고 날다가 그만 기름이 다 떨어져서, 아니 기름을 안 넣고 비행기를 몬 탓에 비행기가 풀풀거리다가 비실비실 내려앉아요.


  깊은 숲에 비행기가 내려앉아서 더는 비행기로 코끼리를 데리고 가지 못해요. 이때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깊은 숲에서 이 아이를 누가 도와줄 만할까요?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야무지게도 악어한테 도와 달라고 얘기해요. 악어더러 냇물을 가로질러 달라고 말하지요. 더군다나 악어는 아이가 바라는 대로 태워 줘요.


  온누리에 이렇게 얌전하고 착한 악어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아이는 악어한테 ‘고맙다’는 뜻으로 나중에 풍선껌을 보내 주겠다고 다짐합니다. 참으로 똘똘하고, 동무를 헤아릴 줄 아는 멋진 아이로군요.



“안녕, 악어야. 나를 저기 강 아래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이 코끼리를 우리 고모에게 보내려고. 조세핀 고모는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살고 계셔서 친구가 꼭 필요하거든.” (22쪽)



  새봄에 우리 집 아이들은 지난겨울에 했듯이 호미랑 꽃삽으로 땅을 파면서 놉니다. 땅을 파다가 지렁이가 나오면 흙을 덮어 줍니다. 나비 애벌레가 꼬물꼬물 기면 한참 쳐다보다가 풀밭에 내려놓아 줍니다. 들꽃을 한손 가득 꺾어서 꽃놀이를 하고, 마당에 떨어진 동백꽃잎을 주워서 곱다며 춤을 춥니다.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꽃내음을 맡으며 봄을 즐깁니다. 나무꽃 곁에 서고 풀꽃 둘레에 앉습니다. 밭을 갈아서 씨앗을 심습니다. 나무도 몇 그루 뒤꼍에 심습니다. 새로운 철에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일과 놀이를 붙잡으면서 모두 새로운 살림으로 거듭납니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비슷하거나 같은 사람도 동무가 되지만, 나무나 꽃이나 애벌레나 새도 동무가 됩니다.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코끼리랑 악어랑 잔나비를 모두 동무로 삼아서 놀 뿐 아니라,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마음을 나누면서 즐겁게 어울려요. 고모한테 가는 길은 언제나 남다르다 싶고, 고모한테 보내는 선물도 언제나 남다르구나 싶어요.



“세이디, 따뜻한 코코아 좀 마시겠니?” “네, 이 편지만 다 쓰고요. 친구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39쪽)



  그림책 《아주 특별한 배달》에 나오는 아이는 고모한테 코끼리를 보내면서 먼길을 즐겁게 가는데, 코끼리에 앞서 펭귄도 말도 고릴라도 보냈다고 합니다. 아마 처음에는 우체국에서 보내려 했지만 우표값이 많이 든다고 해서, 늘 이웃 아주머니한테서 비행기를 빌린 뒤에 손수 비행기를 몰면서 고모한테 찾아갔을 테지요. 언제나 기름을 안 채우고 날다가 깊은 숲에 떨어졌을 테고, 깊은 숲에서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새로운 동무를 사귀면서 한 걸음씩 나아갔을 테지요.


  동무는 학교에만 있지 않습니다. 동무는 마을에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어디에나 동무가 있습니다. 온누리 누구나 서로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마음이 되기에 서로 동무로 지냅니다. 즐거운 웃음으로 손을 맞잡기에 서로 동무로 어울려요.


  삼월이 저물고 사월로 접어드는 이즈음, 우리 집 처마에 제비가 언제쯤 돌아올까 하고 손꼽아 기다립니다. 반가운 동무가 올해에도 새롭게 이 시골집에서 함께 지낼 나날을 기쁘게 기다립니다. 2016.3.3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