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145
케빈 헹크스 글 그림, 맹주열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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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덩이를 먹으며 달웃음 짓는 눈썹달

―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케빈 헹크스 글·그림

 맹주열 옮김

 비룡소 펴냄, 2005.6.3. 8500원



  저녁에 두 아이를 재우며 이마를 쓸아넘기고 볼을 토닥일 적마다 으레 생각합니다. 통통한 이 아이들 볼은, 얼굴은, 머리는, 마치 달덩이 같구나 하고요. 잠자리맡에서 살살 볼을 쓰다듬다가 때때로 입을 왕 하고 벌리며 아구아구 먹는 시늉을 합니다. 눈을 감으며 스스르 잠들려던 아이들은 입을 쩍 벌린 아버지가 냠냠 아구아구 하는 시늉을 보면서 달눈썹이 되어 웃습니다. 달덩이 같은 얼굴을 먹히니 달눈썹이나 달웃음이 되는 셈일까요.



어느 날 밤, 아기 고양이는 보름달을 처음 보았어요. ‘하늘에 조그만 우유 접시가 있네.’ 고양이는 우유가 마시고 싶어졌지요. (2쪽)



  케빈 헹크스 님이 빚은 그림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비룡소,2005)를 가만히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 고양이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아직 겪은 일이 매우 적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궁금한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어린 고양이는 보름달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았다고 합니다. 보름달을 처음으로 보았다고 하니, 초승달도 반달도 아직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보름달을 처음 보았다면 봄이나 여름은 알더라도 가을이나 겨울은 아직 모를 만해요. 한 해가 흐르는 철도 아직 모를 테고요.



아기 고양이는 다시 힘을 냈어요. 엉덩이를 씰룩씰룩하다가 현관 맨 위 계단을 딛고 힘껏 뛰어올랐지요. (8쪽)



  달은 때때로 노랗게 빛납니다. 달은 어느 때에는 바알갛게 빛납니다. 그리고 달은 퍽 자주 하얗게 빛납니다. 동그랗고 하얗게 빛나는 달을 본 아기 고양이는 저 노랗고 동그란 것이 ‘접시에 담긴 우유’이리라 하고 여겨요.


  아하, 이 어린 고양이는 집고양이인가 보군요. 집고양이인 터라 ‘접시에 담긴 우유’를 알 테지요. 어린 고양이가 혼자 바깥 나들이를 나와서 달을 보았군요. 그런데 어린 고양이는 바깥 나들이를 나와서 달만 보지 않았어요. 달이 밝게 뜬 밤에 하늘하늘 날아다니는 개똥벌레도 봅니다. 커다랗고 동그란 달은 커다랗고 맛난 우유 접시로 여긴 아기 고양이는 개똥벌레는 작으면서 맛있는 남다른 것이 아닐까 하고 여깁니다. 그렇지만 엑, 개똥벌레는 그리 맛있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달을 잡으려고 계단 짬에서 뛰어올랐지만 땅바닥에 나자빠져서 뒹굴고 말아요.



아기 고양이는 가장 높은 나무로 달려가서 맨 꼭대기까지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어요. 하지만 우유 접시에는 아직도 닿을 수가 없었지요. 아기 고양이는 덜컥 겁이 났답니다. (18∼19쪽)



  아기 고양이는 털을 고르면서 기운을 차립니다. 다시 해 보려고 합니다.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봅니다. 못물에 비친 달을 보고는 못으로 뛰어들어 보기도 합니다. 나무 꼭대기에서 무서움에 떨기도 하고, 못물에 빠져서 홀딱 젖기도 합니다. 어린 고양이로서는 그야말로 고단한 나날인 셈입니다. 이것을 해도 안 되고 저것을 해도 안 되어요.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달 우유’는 못 먹겠네 하고 여기면서 터덜터덜 집으로 가지요. 자, 이 하루는 어린 고양이한테 어떤 날로 마음에 남을까요? 해도 해도 안 되던 날로 남을까요? 수많은 새로운 일을 겪은 날로 남을까요? 나중에 동무가 생기면 이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아니면 어미 고양이한테 오늘 겪은 일을 찬찬히 들려줄 만할까요? 어린 고양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다른 고양이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아기 고양이는 타박타박 집으로 돌아갔지요. 그런데……. (26쪽)



  그림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에 나오는 아기 고양이는 ‘달을 먹지’는 못 합니다. 달을 먹으려 했을 뿐입니다. 달을 먹으려 하면서 숱한 일을 겪었고, 나무도 꼭대기까지 씩씩하게 올라갔어요. 다만, 꼭대기에서 덜덜 떨기는 했어도 말이지요. 더욱이 ‘고양이는 물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이 어린 고양이는 못물에 당차게 뛰어들었어요. 아직 못물인지 몰랐기 때문일 수 있는데, 고양이로서 못물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헤엄도 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새로운 일을 잔뜩 겪었고, 이러는 동안 생각이 늘고, 이야기가 자라며, 몸이랑 마음도 부쩍 큽니다.


  달덩이를 먹으며 달웃음 짓는 눈썹달로 잠드는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이 아이들은 밤새 곱게 꿈나라를 누비다가 아침에 번쩍 눈을 뜹니다. 아이들은 참말로 번쩍 하고 눈을 떠요. 어제 했던 놀이는 모조리 잊고, 아침부터 새로운 놀이로 접어듭니다. 어제 하다가 잘 안 되던 놀이를 다시 하면서, 오늘은 조금 더 잘 해 보자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마음이 됩니다. 어제까지 잘 못 하던 놀이를 새롭게 붙잡으면서 어느새 모든 놀이를 익숙하게 해냅니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높이 뛰며, 더 힘차게 걷습니다. 더 활짝 웃고, 더 신나게 노래하며, 더 싱그러이 춤춥니다.


  아이들은 차츰 밥을 더 먹습니다. 아이들은 차츰 더 오래 놉니다. 아이들은 차츰 더 말을 많이 합니다. 밥을 먹고 사랑을 먹으며 온갖 일(경험)을 먹습니다. 어버이가 들려주는 말을 먹고, 수많은 이야기를 먹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 고양이도, 나를 둘러싼 아이들도, 온누리에 저마다 다른 보금자리에서 자라는 어여쁜 아이들도, 아침저녁으로 새로우면서 기쁜 꿈을 지으면서 하루를 누립니다. 2016.3.2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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