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초밥왕 7 - 애장판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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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14



‘작은’ 마음으로 짓는 ‘사랑스런’ 밥

― 미스터 초밥왕 7

 테라사와 다이스케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3.5.25. 6000원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을 올린 밥상이 있습니다. 가난한 살림이기에 이 같은 밥상이 될 수 있고, 수수한 한 끼니를 바라기에 이러한 밥상이 될 수 있어요. 가난하지만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으로도 기쁘면서 고마운 마음이 될 만합니다. 가난하기에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으로는 도무지 성이 차지 않아서 짜증스럽거나 싫을 만합니다. 살림이 매우 넉넉하지만 밥상은 늘 수수할 수 있어요. 살림이 매우 넉넉한데에도 짠돌이나 짠순이가 되어 밥에는 도무지 마음을 안 쓴다고 여길 수 있어요.


  김치 한 접시하고 밥 한 그릇을 올린 밥상은 어떤 마음으로 차렸을까요? 네 가지로 적어 본 매무새는 저마다 어떤 마음일까요? 마지못해서 차린 밥상이라면 그야말로 마지못해서 먹으리라 느껴요. 기쁘게 온 사랑을 쏟아서 차린 밥상이라면 참말로 기쁘게 온 사랑을 누리면서 수저를 들리라 느껴요.



“고생이라니? 내가 아플 때, 넌 그 무거운 등짐을 지고 대합을 날라 줬잖아. 너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야. 이런 효자를 위해 엄마가 무슨 일인들 못 하겠니?” (21∼22쪽)


“아주머니의 간장 덕분에 이건 거예요.” “무슨 소리! 이런 게 없었어도 어차피 네 실력으로 이겼을 거야.” (36쪽)



  테라사와 다이스케 님이 빚은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학산문화사,2003)을 다시 읽습니다. 일곱째 권에서 흐르는 ‘작은 마음’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서로서로 나누는 작은 마음을 돌아봅니다. 등짐을 짊어지면서 일을 맡아 주는 작은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간장 한 병을 건네려고 땀을 듬뿍 쏟은 작은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코마사 형은 ‘마무리의 일품’으로 대체 뭘? 뭘 만드셨어요?” “별로 대단할 것도 없어. 평범한 박고지말이였으니까.” (49쪽)


“좋은 초밥이란 비싼 재료나 기발한 요리법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아무리 시시한 재료라도, 정성을 다하면 얼마든지 맛있는 초밥이 될 수 있어!” (74쪽)


“이렇게 작은 초밥 하나지만, 이 안에는 부모님이며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단 말이에요. 하지만 도련님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도 모르세요!” (96쪽)



  고급 요리집이라면 ‘고급 요리’를 차리겠지요. 그러면 고급 요리는 어떤 요리일까요? 값비싸거나 값진 재료를 쓰면 고급 요리가 될까요? 눈부신 재료나 돋보이는 재료를 쓰면 고급 요리가 될까요?


  수수하거나 값싼 재료로는 고급 요리를 차리지 못할까요? 투박하거나 흔한 재료로는 고급 요리를 할 수 없을까요?


  고급 요리가 아니라면 어쩌면 ‘저급 요리’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급하고 저급을 가르는 잣대란 무엇일까요? 값이 비싸다면 고급이 될는지요? 값이 싸다면 저급이 될는지요? 누군가는 값에 따라 고급하고 저급을 나눌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값이 아니라 ‘밥짓는 살림꾼 손길’을 헤아리면서 고급하고 저급을 가릴는지 몰라요. 왜냐하면, 어느 눈길로는 비싼값을 치러야 하는 밥이 고급이라 여길 수 있고, 어느 눈길로는 값이 아닌 고운 손길로 알뜰히 지은 밥이 고급이라 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마음을 다해 생각해 보는 거야!” (107쪽)


“요시노 초밥 아주머니에게 살아갈 기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그리고 물론 나 자신을 위해! 그 싹눈파를 내가 재현해야 돼!” (182쪽)



  손수 심어서 거둔 남새가 맛있는 까닭을 알려면, 참말로 손수 씨앗을 심어서 남새를 길러 보아야 합니다. 손수 사랑을 기울여서 씨앗을 가린 뒤에 심어야 하고, 손수 땀을 흘리며 남새를 돌봐야 하며, 손수 기쁜 웃음을 지으며 열매를 거두어야 하는데, 마지막으로 손수 알뜰살뜰 품을 들여서 다듬고 손질하여 밥을 차려야지요.


  밥 한 그릇에는 오롯이 우리 손길이 깃들어요. 이도 저도 스스로 하지 않고 돈만 치러서 사다가 먹는다면 ‘심고·가꾸고·거두고·짓는’ 손길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도, 이 네 가지 손길이 없어도 ‘차리는’ 손길은 있는데, 집밥이 아닌 바깥밥을 먹으면 ‘차림손(차리는 손길)’마저 내 마음을 들이지 못합니다.



“맛은 결정적으로 달라요! 흙에서 가꾼 노지재배 싹눈파가 압도적으로 맛있다구요!” (191쪽)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은 좋으나, 수업으로 익힌 기술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212쪽)


‘쇼타. 도쿄와 오타루는 정말 멀지만, 내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니? 힘내, 힘내, 쇼타! 뒤돌아보지 말고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 (297쪽)



  집에서 부엌데기로 지내야 하는 몸일 적에는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참말 ‘남이 해 준 밥’이면 다 맛이 있을는지 아리송해요. 왜냐하면, 저는 ‘남이 해 준 밥’은 고마우면서 맛있고, ‘내가 손수 지은 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다고 느끼거든요. 남이 해 주기에 더 맛있지 않고, 또 덜 맛있지도 않습니다. 바깥밥은 고마우면서 맛있는 밥이요, 집밥은 즐거우면서 맛있는 밥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나중에 우리 집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이 아이들이 저희 손으로 밥을 차려서 나한테 내민다면, 이때에는 ‘고마움 + 보람 + 사랑’이 고루 어우러진 맛있는 밥이 되리라 느껴요.


  밥을 먹을 적에는 몸을 살리는 영양소를 받아들이는데, 이때에 마음을 살리는 사랑도 함께 받아들이지 싶습니다. 밥 한 그릇을 먹는 일이란 몸하고 마음을 함께 살리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이리하여, 고급 요리가 되는 길이란 고마움도 기쁨도 즐거움도 보람도 함께 담으면서 사랑을 함께 싣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된장국하고 김치 한 접시도 얼마든지 고급 요리가 될 수 있고, 봄날에 누리는 쑥떡이나 쑥버무리도 언제나 고급 요리가 될 만하리라 느껴요.


  밥짓는 살림꾼 마음이 깃들기에 고급 요리이지 싶습니다. 밥짓는 살림꾼 웃음이랑 노래가 감돌기에 고급 요리이지 싶어요. 우리 어머니도 이웃 어머니도 예부터 ‘고급 요리’를 아이들한테 베풀었습니다. 나도 오늘 우리 아이들한테 내 모든 사랑을 싣는 ‘즐거운 밥’을 ‘맛있는 아침’이자 ‘맛난 저녁’으로 차려서 베풉니다. 작은 마음이 하찮아지지 않도록, 작은 마음이 그대로 작은 숨결이면서 사랑스러운 꿈이 되도록 밥을 지어서 함께 누립니다. 2016.3.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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