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이 갈라질 적에



  그제였다. 손톱 밑이 갈라졌다. 나무를 만지다가 갈라졌을까, 풀을 뜯다가 갈라졌을까. 아니면 부엌일을 하다가, 걸레질을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뭘 하다가 갈라졌을까. 어디에 폭 찍힌 듯이 갈라진 손톱 밑 때문에 설거지를 할 적마다 뜨끔거렸다.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어서 설거지를 미루다가, 비닐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해 보았다. 이런 손으로는 빨래를 할 수 없어서 그제는 비가 온다는 핑계로 빨래도 미루었다. 손톱 밑이 갈라지고서 하루 동안 손을 제대로 못 썼고, 하루는 어느 만큼 아물어서 손을 썼다. 오늘은 손톱 밑이 많이 아물었구나 싶어서 아침부터 신나게 빨래를 했다. 빨래를 마친 뒤에는 쑥하고 갈퀴덩굴을 뜯었고, 밥을 차렸으며, 이제 등허리를 살짝 펴려 한다. 볕이 좋은 봄날에 아이들은 집과 뒤꼍과 고샅을 넘나들면서 논다. 풀내음도 꽃내음도 싱그러운 하루이다. 손톱 밑도 오늘이 지나가면 말끔히 낫겠지. 2016.3.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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