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전거 (사진책도서관 2016.3.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숲노래’



  도서관 한쪽에 얌전히 눕혀 놓은 자전거가 있습니다. 이 자전거를 아는 사람은 ‘자전거’인 줄 알지만, 이 자전거를 모르는 사람은 뭔가 알쏭하게 생긴 것으로 여기거나 아예 쳐다보지 않습니다. 여느 때에는 접어서 두는 자전거인데, 접힌 모습을 풀어서 척척 맞추면 세모꼴 자전거가 돼요. 이 자전거 이름은 ‘스트라이다’입니다.


  내가 이 스트라이다 자전거를 언제 처음으로 탔는지 가물거리는데, 새 자전거로 장만하지는 못하고, 헌 자전거를 장만했습니다. 그런데 나한테 이 자전거를 판 분은 손잡이가 망가진 채 몰래 넘겼어요. 내리막에서 손잡이가 갑자기 풀려서 하마터면 아주 크게 다칠 뻔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이 자전거를 나한테 넘긴 분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전화를 안 받더군요. 그분은 나한테 ‘망가진 자전거’를 바가지를 씌워서 넘긴 뒤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러구러 망가진 자전거를 넘겨받았지만 이모저모 손질하고 고치고 부품을 갈면서 탔어요. 얼추 4만 킬로미터를 달렸지 싶습니다. 벨트가 두 번 끊어져서 두 번 갈았고, 바퀴도 숱하게 갈았어요. 그렇지만 다른 부속은 갈아도 자전거 뼈대가 너무 낡고 닳아서 더는 굴리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꽤 기나긴 길을 달린 고마운 자전거이기에 도서관 한쪽에 얌전히 놓았어요.


  여섯 살 자전거돌이가 이 자전거를 영차영차 끌면서 놉니다. 펴서 세우면 여섯 살 자전거돌이 키만 한데에도 씩씩하게 끌면서 도서관 구석구석을 돕니다. 자전거돌이야, 이 자전거 멋있지? 앞으로 네 아버지가 즐겁게 살림돈을 모아서 이 멋진 자전거를 여러 대 장만해 볼게. 우리 식구가 다 함께 이 자전거를 타고서 신나게 나들이를 다녀 보자꾸나. 네 아버지는 이 자전거로 4만 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리면서 그야말로 온갖 이야기를 누렸고 겪었고 담았고 사랑했고 살았어. 너도 앞으로 기나긴 길을 네 자전거로 달릴 테고, 네 다리로 걸을 테며, 어쩌면 너는 자동차를 장만해서 아버지보다 훨씬 기나긴 길을 달릴는지 몰라. 아니면 하늘을 훨훨 날거나 우주로도 다녀올 수 있겠지.


  오늘 걷는 이 길은 앞으로 다가올 모레를 맞이하는 자그마한 힘이 된다고 느낍니다. 어제 걸은 저 길은 바로 오늘을 새롭게 맞이하는 조그마한 힘이 되는구나 하고 느껴요. 우리 도서관은 우리 살림이고, 우리 자전거는 우리 노래입니다. 우리 시골은 우리 사랑이고, 우리 책은 우리 마음입니다. 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도서관일기)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을 보태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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