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읽을 시



  아름다운 손길로 노래를 부르듯이 쓴 시 한 줄은 삶을 곱게 빛내는 이야기가 되리라 느낍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시라면, 동시이든 어른시이든, 참으로 아이와 함께 읽을 시라면, 우리가 이 삶을 아름다운 손길로 아름답게 가꾸려는 마음이 되어서 쓴 시일 때에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멋진 문학이나 훌륭한 예술이 되려고 쓰는 시가 아니라, 마음 가득 기쁨이 우러나오면서 쓰는 시일 때에 아이하고 함께 읽고 듣고 새기고 나눌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을 두고 시인이라 하는데, 시인은 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야 되지 않습니다. 시인은 시집을 내야 되지 않습니다. 시인은 이름난 어떤 시인한테서 시를 배워야 되지 않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이 되면서 이야기를 글 한 줄에 여밀 수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되리라 느낍니다. 살림을 사랑스레 짓는 손길이 되면서 이야기를 글 두 줄에 담을 수 있으면 서로서로 시인이 되리라 느낍니다. 이웃하고 동무를 따스히 아끼고 너그러이 품을 줄 아는 몸짓이 되면서 이야기를 글 석 줄에 옮길 수 있으면 저마다 어여쁜 시인이 되리라 느낍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 누구나 시인이라고 느껴요. 왜냐하면,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자장노래도 불러 주고 놀이노래도 불러 주지요. 아이한테 모든 말을 새롭게 들려주고 가르치지요. 아이한테 맛난 밥을 차려 주고, 아이가 깨끗하며 고운 옷을 입도록 해 주지요. 이 모든 ‘아이돌봄 손길과 살림’에서 즐거운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올 테니, 아이하고 지내는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서 수수하게 글로 옮기면, 참말 모두 시가 되리라 생각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란 ‘아이와 함께 가꾸는 삶을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을 시란 ‘아이와 함께 짓는 살림’처럼 ‘아이와 함께 쓰는 시’라고 할 만해요. 책상에 공책을 펴고 아이하고 나란히 둘러앉아서 함께 글을 써 봐요. 함께 시를 쓰고, 함께 시를 읽으며, 이 시를 벽에 붙여서 함께 노래처럼 불러요. 2016.3.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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