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살림 여섯 해 만에 갓김치를 담그고



  갓김치를 먹은 적은 있지만, 갓이 어떤 풀인가는 고흥이라는 고장에 와서 산 뒤에 처음으로 알았다. 갓하고 유채는 서로 어깨동무하는 풀인 줄 고흥에 살며 처음으로 알았고, 유채나 배추보다 훨씬 일찍부터 한겨레가 갓김치를 먹은 대목도 고흥에 살고서야 처음으로 알았다. 갓은 한겨울에도 새로 돋을 만큼 씩씩한 풀인 터라, 먼 옛날에는 갓이 겨울나기를 하는 사람들한테 더없이 사랑받는 풀이었겠다고 하는 대목도 고흥에서 살림을 지은 때에 비로소 알았다. 그렇지만 이래저래 바쁘고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면서 손수 갓김치를 담글 생각을 이제껏 미뤘다. 고흥살림 여섯 해로 접어든 올봄에 이르러 드디어 손수 갓김치를 담갔다. 배추김치만큼 힘이나 품이 많이 들 만한 갓김치는 아니지만, 배추김치하고는 또 다르게 손이나 품이 많이 드는 갓김치라는 대목을 몸으로 깨닫는다. 배추는 포기로 담그지만 갓은 잎을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담가야 하기 때문이다. 참말 알뜰히 손질해야 하고, 참말 살뜰히 다루어야 한다. 갓김치를 담그자니 배추김치 못지않게 ‘거드는 손길’이 있어야 하는데, 집안에 아이들이 있기에 이 아이들이 놀이를 하듯이 심부름을 해 주었다. 아이들한테 집살림을 어떻게 심부름으로 시킬 적에 서로 즐겁고 재미나면서 신나게 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가 하는 대목도 새삼스레 배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참말 김치 담그기는 힘이며 품이며 겨를이며 많이 드는 터라, 김치를 담그기 앞서 집에 술 한 병을 챙겨 두어야겠다. 더도 덜도 말고 꼭 한 병. 막거리 한 병이든 맥주 한 병이든 포도술 한 병이든 챙겨 놓고서, 등허리와 팔다리가 결려서 기운이 빠지려고 할 적에 기운을 북돋아 주어야겠더라. 왜 예부터 사람들이 술을 담가서 마시는가 하는 대목도 어제오늘 즐겁게 돌아보았다. 2016.3.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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