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선물



  올들어 처음으로 한 여러 가지 가운데 하나가 ‘깍두기 담기’이다. 무김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담가 보면서 앞으로 배추김치도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내 손으로 담가 보자고 생각하는데, 이 무김치를 곁님 동생 집안에 선물로 보낼 수 있었고, 어제 이웃님한테 선물로 한 통 드릴 수 있었다. ‘김치 선물’이라니, 김치를 선물할 수 있다니, 무척 즐거웠다. 이제껏 ‘김치 선물’을 받기만 했는데, 김치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대목이 나 스스로 놀라웠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살림살이(살림)’라고 하리라. 이른바 ‘부자’라 할 수 없는 살림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즐겁게 꾸리는 살림이라면 콩 한 쪽도 이웃하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 될 테고, 손수 기쁘게 담근 김치를 얼마든지 넉넉하게 선물할 수 있네 하고 깨닫는다. 무김치이든 배추김치이든 김치를 담그려면 챙기거나 살필 일도 많고, 손도 참 많이 가는데, 어느 모로 생각하니 이렇게 손이 많이 가면서 담그는 김치이기에 더욱 즐겁게 선물할 만하기도 하리라. 2016.3.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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